"투자이민은 언제라도 환영"|리바케 아르헨 이민담당 특별 대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아르헨티나는 외국 이민 유치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구체적인 정책으론 지난해 메넴 정권 출범이후 외무부내에 이민담당 특별대사라는 특별기구를 설치. 유럽 및 아시아 국가들의 이민을 유치하기 위해 범정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민담당 특별대사가 이들 국가들을 직접 방문, 온갖 특혜를 내세우며「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날로 무기력해지고 쇠약해 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젊고 건강한 청년의 피를 주입하는 이른바 「긴급 수혈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다.
젖과 꿀이 흐르는 축복의 땅이라는 세계인들의 부러움 속에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들어오는 이민행렬이 끊이질 않았던 아르헨티나가 또다시 이민유치에 팔을 걷어붙이지 않을 수 없는 배경과 원인들을 외무부 후안 가브리엘 라바케 이민담당 특별대사로부터 들어봤다.
-이민 유치를 국가적 주요과제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르헨티나는 근본적으로 농목국가다. 그러나 1백70만 평방km의 경작지 중 30만 평방km만 경작될 뿐 1백40만 평방km라는 어마어마한 땅이 경작할 농부가 없어 방치되고 있다. 또 1,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몰려들었던 이민은 10여년 전부터 발이 끊겼을 뿐 아니라 최근 10년 동안 75만 명이 아르헨티나를 떠나 외국으로 빠져나갔다. 따라서 우리는 땅을 경작하고 산업을 지탱해 나갈 인구가 필요하다.
-75만 명이 이 나라를 떠난 이유는 무엇인가.
▲70년대 이후 계속돼 온 경제침체와 군사독재 때문이었다. 아르헨티나를 떠난 사람들 상당수는 중산층 이상의 자본가들이라는데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아르헨티나가 오늘날과 같은 자본부족과 경제위기에 빠져 있는 원인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이민유치를 위한 구체적 정책은 무엇인가.
▲우리가 유치하고자 하는 이민은 크게 보아 농업이민·산업이민·투자이민등 세 종류다. 농업이민은 가구 당 4만 달러, 산업이민은 가구 당 10만 달러를 공장에 투자해야 하며 투자이민은 규모에 관계없이 언제라도 환영한다. 농업이민의 경우 4만 달러를 투자하면 20ha(약6만평)의 토지를 구입할 수 있으며 25가구가 공동으로 이민을 올 경우 1천ha라는 대단위 농장을 경영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그 같은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고 있는가.
▲우리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독일·폴란드·스페인·네덜란드 등 유럽국가와 일본·홍콩·싱가포르 등 동남아지역 국가들을 방문, 기업가들과 근로자들을 만나 설명회를 가졌다. 한국으로부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민을 받아들인 만큼 멀지 않은 시기에 양국 간 협정체결을 추진키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년 정도면 효과를 거두리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이민은 어느 정도이며 한국이민에 대한 평가는.
▲아르헨티나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이민은 약 2만5천명으로 집계돼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인들의 아르헨티나 발전에 대한 기여도는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인들이 부지런하고 매사에 열정적이며 창의성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농업이민으로 이 땅에 들어왔으나 거의 대부분이 농사는 하지 않고 상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페론 당의 주요 멤버로서 메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메넴 대통령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는 주요 정책들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국가 재정적자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는 국영기업체를 과감히 민영화시켜 재정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이들 기업들의 효율적인 평영을 통해 침체에 빠진 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도록 하는 것이다.
-비행기·철도·전기 등 국가의 기간산업에서부터 극장·레스토랑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산업체를 국영기업으로 만든 장본인이 페론 전 대통령이었다. 그렇다면 메넴 대통령의 국영기업 민영화정책은 페론주의의 탈피 내지는 수정을 의미하는 것인가.
▲페론 전 대통령이 주요산업체들을 국영화 시켰던 것은 당시 대부분의 기간산업들을 외국인들이 소유, 경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 뿐 아니라 국영기업들의 엄청난 적자로 인해 국가경제가 목을 졸리고 있는 실정이다. 근본상황이 변했으니 정책이 변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아르헨티나는 군부 독재를 청산한 이래 두 번째 민간정부를 출범시키고 있다. 현재와 같은 경제적 위기가 계속 될 경우 군부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없는가.
▲군부의 정치개입 가능성은 없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군부독재가 얼마만큼 혹독하고 잔인한 것인가를 피부로 체험했기 때문에 군부의 등장을 결코 허용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