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양복에도 스타일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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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스타일? 영국 스타일? 미국 스타일?

남성 수트는 크게 영국과 미국, 그리고 이탈리아 스타일로 나뉜다.

먼저 런던의 신사복 맞춤 거리인 새빌로에서 유래했다는 영국 스타일은 신사복의 정통으로 일컬어진다. 대표적 특징은 더블 버튼으로 불리는 더블 브레스티드(왼쪽 옷자락이 오른쪽 옷자락을 덮는 스타일)에 재킷 뒷부분에 두 줄의 트임이 있는 사이드 벤트. 사이드 벤트는 폴로 경기를 편하게 할 수 있기 위해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임이 하나인 싱글 벤트에 비해 의자에 앉을 때도 엉덩이 부분이 노출되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도 한다. 또 바지는 허리선이 높고 지퍼 양쪽에 2~3개의 주름이 잡혀 있다.

미국 스타일은 실용성을 앞세우고 있다. '아이비리그 수트' 또는 '색 수트(Sack suit)'라고 불리는데 어깨 패드가 아예 없거나 얇아서 자연스러운 어깨 라인을 보여준다. 싱글 브레스티드의 재킷에 트임은 하나인 싱글 벤트다. 싱글 벤트는 트임이 없는 노 벤트에 비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을 때 재킷 전체가 들썩이는 것을 막아준다. 바지는 영국 스타일과 달리 주름이 없는 노턱 스타일이다. 단정하면서도 편해 대표적인 비즈니스 수트로 자리 잡았다.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이탈리아 스타일은 영국이나 미국 스타일의 장점만 합쳐놓은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탈리아 신사복은 영국이나 프랑스 업체들의 하청 생산으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앞 단추의 위치와 암홀(소매가 재킷 몸통에 연결되는 부분)이 약간 높고 허리 부분이 잘록한 것이 대표적인 이탈리아 스타일. 키가 크지 않은 이탈리아인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 비슷한 체형의 한국인에게도 잘 어울리는 편이다. 몸에 딱 맞게 한 듯한 새로운 패턴이 가장 많이 개발되는 곳도 이탈리아다.

조성기 제냐 MD는 "지금은 이런 국가별 정장 스타일의 경계가 무너지는 추세"라며 "오히려 국적이 아닌 신사복 브랜드에 따라 스타일이 구별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엔 클래식 수트가 아닌 디자이너 브랜드 수트의 출현도 한몫했다.

#정장 제대로 입기

어느 나라, 어느 브랜드 스타일이든 정장은 제대로 입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팁 중엔 드레스 셔츠 안에 러닝 셔츠를 입지 말라는 것이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드레스 셔츠가 속옷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속옷인 드레스 셔츠 안에 또 속옷인 러닝 셔츠를 입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드레스 셔츠만 입을 경우 가슴 등이 노출돼 보기 흉하다는 사람이 있다. 그건 수트의 개념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직장인의 경우 재킷을 사무실에 걸어놓고 점심 시간에 셔츠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다반사다. 하지만 서양에선 자기가 일하는 사무실의 책상을 떠날 땐 반드시 재킷을 걸친다. 드레스 셔츠는 속옷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드레스 셔츠 안에 러닝을 입지 말라는 것은 재킷을 상시 걸치는 경우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또 정장은 몸에 딱 맞게 입어야 한다. 키가 작거나 배가 나오거나 뚱뚱한 남성들의 경우 체형을 커버한다며 너무 크게 입는 경우가 많다. 옷을 크게 입으면 더 뚱뚱해 보인다. 사이즈를 넉넉하게 입기보다는 세로 줄무늬가 들어간 소재를 입거나 드레스 셔츠나 넥타이로 포인트를 줘서 시선을 분산시키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바지 길이도 구두 위를 살짝 덮는 정도가 적당하다. 바지 길이가 너무 길거나 통이 넓으면 시선이 그쪽으로 쏠려 오히려 작은 키가 더 작아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지는 한 번 정도 접힐 수 있는 정도로 잘라서 입어야 한다. 키가 작다면 시선을 끌어당길 수 있는 커프스(일명 카브라)도 금물이다.

액세서리도 조금만 신경 쓰면 훨씬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벨트는 반드시 블랙이나 브라운을 선택하고 가능하면 구두와 벨트의 색을 맞추는 것이 좋다. 넥타이의 끝은 벨트보다 길게 매지 말아야 하며, 구두는 끈이 있는 것으로 신어야 한다. 자주 신을 벗어야 하는 한국 문화의 특성상 끈이 없는 단화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지만 원래 단화는 스웨터나 카디건 같은 캐주얼 아이템에 어울린다. 또 양말 색은 바지 색에 맞추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수트는 입는 사람이 골라야 한다. 수트는 철저하게 남성을 위한 옷이다. 여성에게서 조언을 받는 것은 좋지만 남성인 본인이 직접 고르는 것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조도연 기자

도움말=조성기 에르메네질도 제냐 코리아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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