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많아도 쓸만한 일손 없다(인력난 몸살 중기 현장점검: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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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제는 당국에서 나설때/자동화엔 막대한 자금이 장애
『길거리에 나가보면 젊은이들뿐인 것 같은데 막상 사람을 구하려면 없어요.』
서울 구로공단 입주업체인 삼홍사의 손기석총무부장은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당장 여성근로자 50명정도가 더 필요한데 사람을 모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전자완구를 생산,1백% 수출하고 있는 이 업체는 주력제품인 「모형기관차」의 경우 개당 1천∼2천달러씩하는 고가품이며 이미 내년일감까지 주문이 꽉 차있는 상태.
6백50명 종업원으로는 일이 벅차 최근 노동부에 「취업정보」방송을 의뢰했으나 예년에는 방송이 나가면 10여명씩은 찾아왔지만 이번에는 2명밖에 뽑지 못했다.
고민끝에 종업원들에게 고향후배들을 모아달라고 부탁하고 일부직원을 지방의 직원훈련기관으로까지 내려 보냈지만 아직 반가운 소식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손부장은 『인력문제에 관한한 이제 기업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난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협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올해 5만3천여 중소기업에서 신규로 필요한 기술ㆍ기능인력은 최소 26만명에 이르나 공고ㆍ전문대 이공계ㆍ공공직업훈련원 졸업생과 기업자체양성인력을 전부 모아봐야 15만명에 불과하다. 10만명이상이 모자라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중소기업의 몫은 아니다.
중소기업보다는 근로조건이 좋은 대기업을 선호하고,기업보다는 땀흘리지 않는 서비스업계통을 찾는 현상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의 95.6%가 인력부족을 느끼고 있고 특히 기술직보다는 기능직의 부족이 심각한 상태다.
반월공단입주업체인 신원금속의 인력담당 박문규차장은 지난 1일 모집공고를 냈다가 쓴 웃음을 짓고 말았다.
1백70명이나 몰려 왔지만 회사에서 필요한 생산부서 지원자는 20명뿐이었고 이중 생산관리등을 제외한 기능직은 10명이 채 안됐다. 나머지는 모두 1∼2명밖에 뽑을 수 없는 경리ㆍ영업직등의 지망생이었다.
반월공단에는 요즘 두 업체당 한곳 꼴로 모집공고나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공단 전체가 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신원금속의 경우 지난 한햇동안 빠져나간 사람은 30명,새로 들어온 사원은 20명으로 종업원수가 80명에서 70명으로 줄었다.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박차장의 결론이다.
봉제공장 종업원인 한모양(23)은 요즘 적지않은 유혹과 갈등을 겪고 있다.
다방레지로 나간 공장선배언니로부터 『다방에선 월60만원은 우습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입사 3년째로 야근수당 포함 30만원을 받고 있는 한양에게 60만원은 앞으로 10년은 더다녀야 받을 수 있는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인력충원이 안되자 기업마다 자동화를 서두르고 주부를 고용하는등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이도 쉬운 일은 아니다.
피복전문 금양사는 지난해부터 주부사원을 뽑다가 요즘엔 중단했다. 한때 50명에 이르렀던 주부근로자가 이제는 10명에 불과한 상태.
경북경산의 폴리에스터원단 제조업체 태왕물산은 종업원이 계속 줄자 지난해 큰 맘먹고 일본에서 한대당 2천만∼3천만원하는 에어제트ㆍ워터제트 등 신식직기 수십대를 들여왔다.
기계당 생산량은 구식기계의 4배나 되며 필요인원은 30%가량 덜 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때 진 빚이 부담이 되고 있는데다 기계를 만질 줄 몰라 종업원 20명을 일본에 보내 조작법등을 배워오게 해야했다.
이 회사 백경달상무는 『자동화를 생각해 보지 않은 중소기업은 없겠지만 돈이 너무 들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은 아니더라』고 경험담을 밝혔다.
부산의 선박부품업체인 강림기연은 인력이 부족하지만 아예 공공직업훈련원등에는 의뢰를 하지 않고 있다.
아무리 부탁해봐야 중소기업체까지 차례가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단체복전문인 삼성피복사의 공상기과장은 『중소기업이 월급을 많이 못주는 것은 당연하다. 규모의 경제상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주택문제만 나오면 중소기업들은 사기가 죽는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바로 이런 곳들이다』고 밝혔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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