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극계-대표작 재 공연 늘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전통 있는 일부 국내 극단의 대표적 공연 작품이 관객들의 호평 속에 고정 레퍼토리로 정착해 가고 있다. 이같은 최근의 경향은 오랜 전통을 지닌 외국의 주요 극단들이 사용하고 있는 극단 운영 방법인 「레퍼토리 시스팀」의 국내 도입을 예고하는 바람직한 현상으로 환영받고 있다.
레퍼토리 시스팀이란 극단이 자신들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를 계속 반복해 공연하면서 다듬는 동시에 새로운 작품을 개발해 고정 레퍼토리로 만드는 방식. 때문에 레퍼토리 시스팀 운영을 위해서 는 각 극단은 언제 나가신 있게 무대 에 올릴 수 있는 대표작을 우선 가져야 한다. 국내에 선보였던 소련 국립 말리 극장의 『벚꽃 동산』이나 유고 자파드의 『햄릿』 등은 극단 전용 극장에서 몇년째 계속 공연되고 있는 고정 레퍼토리의 좋은 보기다.
국내 극단 중 최근 레퍼토리 시스팀 도입을 천명한 극단은 「목화 레퍼토리 컴퍼니」이 극단은 지난달 대학로에 전용극장 「충돌 극장 목화」를 개관하면서 레퍼토리 시스팀 도입을 보여주기 위해 극단 이름을 「목화」에서 「목화 레퍼토리 컴퍼니」로 바꿨다.
이 극단의 고정 레퍼토리는 『춘풍의 처』. 이 작품은 지난 76년 창고극장에서 초연 된 이후 공간사랑 개관 기념 공연 (78년)·바탕골소극장 개관 기념 공연·(86년) 등을 통해 극단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았으며 이번 전용 극장 개관 기념 공연에서도 호평을 받고 현재 일본 동경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연극제 「알리스 페스티벌」에 참가중이다.
극단 대표 오태석씨는 『전용 극장이 없어 마음대로 공연을 못했으며 레퍼토리 시스팀도 시도하지 못했다. 이제 소극장을 마련한 만큼 극단의 특성이 살아 있는 고정 레퍼토리 개발을 본격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밖의 전통 있는 국내 극단들도 최근 대표작 리바이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고정 레퍼토리로 정착시키고 있다.
가장 모범이 되고 있는 곳은 극단 「산울림」. 산울림은 자난 86년 개관 1주년 기념작으로 초연했던 『위기의 여자』를 개관 5주년에 다시 무대에 올려 호평을 받음으로써 고정 레퍼토리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 산울림의 명실상부한 고정 레퍼토리는 베케트 작 『고도를 기다리며』로 70년 창단 공연이래 여섯번이나 반복 공연됐으며, 작년 7월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 참가에 이어 오는 10월 에이레의 전통 있는 국제 연극제인 「더블린 연극제」에 참가할 예정이다.
극단 「자유」도 지난달 대표작 『무엇이 될고 하니』를 새롭게 무대에 올려 고정 레퍼토리화 했다. 『무엇이…』는 78년 「집단 창조」라는 새로운 제작 형식으로 화제 속에 초연 된 뒤 일본 순회 공연 (79년)·유럽 순회 공연 (82년)과 여러 국제 연극제 참가 등으로 유명해진 작품. 지난달 말 문예 회관 대 극장 공연은 극단 창단 25주년 기념 공연이었으며 현재 이 작품은 체코에서 열리고 있는 이스트로 폴리타나 연극제에 참가중이다.
이 작품은 특히 연기자들이 연습과 공연을 통해 스스로 작품을 고쳐 가는 집단 창조 방식을 사용해 반복 공연을 통해 점차 완성 되어 가는 고정 레퍼토리의 면모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또 창립 30주년을 맞은 극단 「실험극장」도 대표작 『신의 아그네스』 『에쿠우스』 『아일랜드』 등을 기념작으로 재 공연함으로써 고정 레퍼토리로 정착시킬 예정이다.
이같은 경향에 대해 연극 평론가 한상철 교수 (한림대)는 『레퍼토리 시스팀 도입과 고정레퍼토리 정착은 연극계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실현돼 오지 못했다. 이제 역량 있는 극단들이 본격적으로 레퍼토리 시스팀 도입을 시도해야할 때가 왔으며 특히 여러모로 여건이 좋은 국립극단의 고정 레퍼토리 확보는 시급히 해결되어야할 과제』라고 말했다. <오병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