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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 부인 하루 판돈 2억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조직 폭력이 종래 호텔 빠찐꼬나 나이트클럽 경영권 등에서 돈줄을 찾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으나 이번에는 음성 비밀 도박장이 조직 폭력배의 막대한 불법 자금원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적인 조직 폭력의 힘에 밀려 빠찐꼬 등의 이권을 얻지 못한 소규모 조직 폭력들이 졸부들의 사행심을 이용, 비밀 도박장에 대한 자릿세와 도박자금의 고리대금을 통해 막대한 부당 이득을 올려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이들은 빌려준 노름빚을 강제 회수하는 과정에서 감금·폭행을 일삼는 데다 큰돈을 잃은 도박꾼들이 청부 폭력으로 판돈을 되찾으려하는 등 비밀 도박장은 폭력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같이 조직적인 거액 도박이 성행하고 있는 것은 졸지에 벼락부자가 된 유한 계층이 많은데다 주가 하락·부동산 투기 억제책 등으로 방향을 찾지 못하는 음성 자금이 한탕주의와 맞물려 몰려들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박=이번에 적발된 폭력 도박 조직들은 주로 남의 눈에 갈 띄지 않도록 서울 강남 일대의 고급 아파트나 개인 주택에 비밀 도박장 (속칭 「하우스」을 차려 놓고 자릿세 (속칭「데라」) 명목으로 판돈의 1할∼5푼을 원천 징수했다. 이들은 또 가지고 온 돈을 모두 잃은 도박꾼에게는 5일에 1할이라는 「초고리」로 1억∼5천만원씩의 도박 자금 (속칭「꽁지 돈」) 을 대여해왔다.
거액의 도박을 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제공받는 대가라고 할 수 있는 고액의 자릿세와 노름빚 이자를 합하면 많을 경우 당일 판돈의 절반에 이르기도 해 한 비밀 도박장의 경우 개강 20일만에 2억원의 순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이 도박꾼을 끌어들이는 수법은 철저한 점 조직.
신종 고스톱인 「아도사키」를 전문으로 하는 주부 도박단의 경우 서울 잠원동 S아파트 한 채를 비밀 연락처로 삼고 도박 조직 하수인인 「소영」 (전직 호스티스)이 명동 사우나탕 등지에서 포섭한 사채업자·복부인 등에게 노름판이 열리는 날 제3의 장소에 나오도록 연락, 이들이 모이면 원래 지정된장소로 데려갔다.
매번 노름판이 벌어지는 장소를 달리 했음은 물론 노름에 끼는 유한 마담들은 서로를 「곰돌이 엄마」 「막내」「오 사장」등으로 불러 신분 노출을 철저히 막아왔다는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조직 도박단의 하루 판돈은 2억∼5천만원대. 「아도사키」 주부 도박단이 서울 잠원동 H아파트에서 검거될 당시 2억4천만원의 판돈이 널려 있었다.
◇폭력=빌려준 노름빚을 받기 위해 조직 폭력 도박단이 채무자를 협박하거나 감금 폭행하는 일은 이미 예사고 도박판에서 잃은 돈을 찾기 위해 폭력배를 동원하는 등 대규모 도박장은 폭력의 온상이었다.
구속된 김광규씨 (35·한강 부동산 대표)는 지난 2월부터 서울 서초동 등지에서 주로 부동산 업자들과 포커 판을 벌여오다 4월27일 하루 밤에 1억원을 날리자 다음날 새벽 미리 연락해둔 조직 폭력배 8명을 동원, 돈을 딴 허형씨 (35·수배) 등을 목검과 골프채로 때려 갈비뼈를 부러뜨리고 7천9백만원을 도로 빼앗아갔다.
또 함께 구속된 문훈봉씨 (40·전과 24범) 등 2명은 2월22일 오후 서울 강남 N호텔에서 역시 전문 도박꾼인 권우순씨 (38·구속)와 점당 2만원 「맞고」를 치다 5천만원을 잃자 그 자리에서 권씨를 마구 때리고 판돈을 모두 쓸어가기도 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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