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글리시(중국식 엉터리 영어)를 소탕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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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중국 정부가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을 앞두고 '칭글리시(Chinglish)' 소탕에 들어갔다. 칭글리시는 중국식 엉터리 영어 표현을 가리킨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15일 베이징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잘못 표기된 도로표지판과 상표부터 바로잡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통신이 전한 칭글리시의 사례를 보면 중국어를 영어로 직역하는 바람에 생긴 오역이 적지 않다. 공항이나 버스터미널의 화장실 비상구에는 '평화 시 출입문(Entry on Peacetime)'이라는 푯말이 많이 붙어 있다. 비상구를 뜻하는 중국어 '타이핑먼(太平門)'을 글자 그대로 번역해 생긴 오류다. 베이징의 '소수민족공원' 앞에는 '인종차별주의자 공원(Racist Park)'이란 황당한 표지판이 붙어 있기도 하다.

영어 어법에 어긋나는 안내문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베이징의 한 간선도로 위에는 도로가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안전 운행에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판 아래 'To Take Notice of Safe; The Slippery are Very Crafty'란 영어 안내문이 있다. 명사를 쓸 자리에 형용사를 쓰고, 접속사 자리에 동사를 쓴 경우다. 기본 영문법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철자나 문법이 맞더라도 부적절한 표현도 많다.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진시황 병마용(兵馬俑) 잔디밭에는 'Cherishing Flowers and Trees'란 푯말이 있다. 직역하면 '꽃과 나무를 소중히 간직합시다'쯤 된다. 이 경우는 'Keep off the grass'(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표현이 일반적이다.

창장(長江)을 오가는 유람선 선실 앞에는 '괴롭히지 마시오'(Don't Bother)라는 푯말이 달려 있다. 당연히 '방해하지 마시오'(Do not Disturb)로 써야 맞다. 베이징 북동부 순이(順義) 지역의 한 주택가 '애완견 공원' 앞에는 'Dog-Bark Park(개 짖는 공원)'란 안내판이 붙어 있다.

철자가 틀린 경우는 부지기수다. 최근 시안을 관광한 한 외국인이 베이징시에 보낸 편지에서 "응급의료센터를 뜻하는 'First Aid Center'가 국적 불명의 'Fivst Aicl Centrt'로 쓰여 있었다"고 제보했다. 'Help Protect the cultural relics(유적을 보호합시다)'로 써야 할 영문 안내판에는 'relics'가 'relecs'로 표기돼 있다.

베이징시 관계자는 "칭글리시가 나오게 된 원인은 영어에 대한 몰이해뿐 아니라 중국어가 중의적으로 사용되는 예가 많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적절한 관리와 교육을 통해 외국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칭글리시를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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