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외교 "북·미 대화 성사만 된다면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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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ABC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인 '굿모닝 아메리카'는 15일(현지시간) 주말 특집으로 반 장관을 단독 인터뷰했다. 5분 남짓 진행된 이날 인터뷰에서 사회자인 빌 와이어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회담 가능성과 이에 대한 반 장관의 견해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사회자는 먼저 "김정일 위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반 장관은 "김 위원장은 북한 사회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최고 권력자"라며 "문제는 우리가 대화를 통해 그가 좀 더 나은 판단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사회자는 "라이스 장관이 아시아 순방길에 나서는데, 과연 김 위원장을 만나려 할 것 같으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대해 반 장관은 "성사만 된다면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미국은 이미 많은 기회를 통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경우 얼마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온 만큼 북한이 하루빨리 6자회담에 복귀해 그들의 관심사를 충분히 논의할 기회를 갖길 바란다"며 예의 '모범답안'을 반복했다.

하지만 사회자도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곧바로 "라이스 장관과 김 위원장이 만나도록 힘쓸 계획이냐"며 반 장관의 '빈틈'을 공략했다. 그러자 반 장관은 "미국을 포함한 모든 6자회담 참가국은 항상 6자회담 틀 안에서 북한과 대화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판에 박힌 답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사회자는 "한국 언론이 왜 당신을 미끄러운 뱀장어(slippery eel)라고 부르는지 이제 정확히 알겠다"며 반 장관의 답변 스타일을 은근히 꼬집었다. 하지만 반 장관은 오히려 미소를 지은 채 "나는 항상 언론에 우호적인 사람"이라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반 장관은 16일 일본 기자단과의 회견에서 "취임 후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회담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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