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계속 고민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유명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 이종석 통일부 장관, 윤광웅 국방부 장관(왼쪽부터)이 16일 오전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가 통과된 뒤 우리 정부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7일로 북한이 핵실험을 발표한 지 9일째, 유엔결의안 채택 3일째를 맞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과연 대북 포용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미세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지켜낼 수 있을까.

노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을 발표한 9일 "정부도 포용정책만을 계속 주장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포용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지만 그게 아니었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16일 "포용정책은 이미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 사례로 북한 미사일 발사 뒤 내려진 쌀.비료의 지원 중단, 개성공단의 추가 분양 유보 등을 들었다. 정부 대응 기조가 포용정책의 전면 재검토나 포기가 아니라 '조정'으로 결론 났다는 의미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에도 불구하고 통일부.외교부의 당국자들은 "추가로 취할 조치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의 9일 발언은 어떻게 된 걸까. 당시 노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권에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9일 발언은 포용정책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보다 핵실험 당일 북측에 보내는 총론적인 경고 메시지였다"며 "하지만 발언 의도와 달리 과도하게 해석됐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포용정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를 "핵실험이란 상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한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용정책을 포기하면 국제사회의 북한 고립화에 가담한다는 것이고, 이는 오히려 북한의 반발을 초래해 안보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미사일 발사 때와 큰 차이가 없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관계 부처들은 이미 유엔 결의안을 자구대로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소극적인 해석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문제도 지난해 8월 발효된 '남북 해운합의서'로 대체할 움직임이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은 '결의안과 관계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제재 의지는 확고하다. 군사 제재를 뺀 금융.경제 제재 조치가 가능하도록 신속하게 안보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9일 한국을 방문해 미국 측의 강경 방침을 설명하고 우리 정부의 공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선 11월 7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확실한 대북 제재 의지를 과시해야 할 형편이다.

지난해 가을 이후 열리지 않았던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가 1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이 미.일의 대북 제재 공조 압박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미 동맹의 수위는 다시 한번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박승희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