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월 별자리 든사람 골라 총격/뉴욕에「성좌살인」공포(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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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찰 알리면서 범행/3월이후 피해 속출/21일에 한번꼴… 정신이상자 소행 추정
○언론에 편지보내 범행예고
『생일을 묻는 사람을 경계하라.』
최근 미뉴욕시에 출생한달(월)별로 피해자를 점찍어 살인을 저지르는 해괴한 사건이 발생,시민들을 공포에 떨게하고 있다.
일명 「조디액」살인자로 불리고 있는 이 살인범은 서양판 간지라고 할 수있는 12궁 별자리별로 한명씩 도합 12명을 살해하겠다고 경찰에 사전 통고한후 실제로 범행에 나서고 있다.
오리무중에 싸여있는 범인이 살인을 예고한 것은 지난해 11월19일 이었다.
범인은 이날 뉴욕시 브루클린구의 한 경찰서에 전달된 메시지를 통해 「살인계획」을 알린뒤 이어 뉴욕포스트지ㆍNBC등 언론기관에까지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경찰과 언론이 처음엔 「정신병자의 소행」정도로 별 관심을 갖지않고 있는 가운데 첫 사건이 터진것은 지난 3월8일 새벽 1시45분.
범인은 이날 브루클린의 한 전철역부근에 서있던 피해자 오로스코씨(50)에게 다가와 느닷없이 머리에 총을 쏘고 사라졌다.
콜롬비아 출신 이민으로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 오로스코씨는 피격직전 코피색 스키용 두건을 쓴 범인이 손에 총을 들고 맞은편 건널목에 서있는 것을 보았으나 자신을 해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생각,도망치지 않았다가 화를 당했다.
○현장에 별자리메모 남겨
오로스코씨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으나 범인은 그가 죽었다고 판단한듯 「전갈」을 그린 메모를 남겨놓았는데 공교롭게도 피해자는 별자리로 따져 전갈좌(스코르피오) 태생이었다.
두번째 피해자는 쌍둥이좌(제미니)태생으로 21일뒤인 같은달 29일 역시 브루클린의 자메이카 애비뉴근처에서 총격을 받아 부상했으며 역시 패해자 부근에는 범인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쌍둥이좌 모양을 그린 메모가 발견됐다.
별자리 살인사건으로 뉴욕시가 떠들썩한 가운데 세번째 피해자이자 첫 피살자인 프로세씨(78)가 총격을 받고 숨진것은 5월 31일.
황소좌(타우루스)태생인 프로세노인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할 정도의 노약자로 특별히 살해될만한 동기도 없이 황소그림의 메모만 안은채 희생당하고 말았다.
○벤치에서 자다가 봉변
이어 6월21일 떠돌이인 펠햄씨(30)가 센트럴파크의 벤치에서 잠을 자다가 가슴에 총격을 받고 입원중인데 펠햄씨의 성좌인 게(캔서)를 그린 메모가 발견돼 동일범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총격사건은 범인이 사전에 범행통보를 하고있는 것 외에 몇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범인은 반드시 피해자의 별자리를 상징하는 메모를 남기고 있다.
또 하나는 범인이 목요일에만 범행하고 있으며,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21일간격을 두고 공격을 한다는 사실도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4개월여에 걸쳐 범인이 설치고 있지만 경찰은 아직껏 뚜렷한 단서조차 잡지못한채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일묻는 사람 경계하라
고작 내린 결론은 범인이 사전통보및 메모를 남기고 특정일자를 택하고 있는 점등을 들어 자기과시 망상에 사로잡힌 정신이상자의 소행일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는 정도다.
범인이 피해자들의 별자리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점을 감안,피해자주변도 수사하고 있으나 특별한 원한관계가 밝혀진것이 없어 진전을 못보고 있다.
경찰은 이밖에 지문채취작업 및 네번째 피해자인 펠햄씨가 사건 수일전 낯선 사람이 자신에게 생일을 물어왔다는 진술을 토대로 30대 흑인의 몽타주를 그려 추적하고 있지만 이역시 「남대문에서 김서방 찾는 격」이라 성과가 의문시되고 있다.
한편 데일리뉴스등 뉴욕일대의 신문들은 이사건을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생일을 묻는 사람을 경계하라』는 캠페인을 펴고있고 주민들 사이에서 목요일 외출을 삼가라는 말이 나돌고 있는등 온통 어수선한 분위기다.<뉴욕지사=조백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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