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단식월 '라마단' 시작] "한달치 식품 사놓자" 시장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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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집트 카이로 중심부에 위치한 아타바 재래시장. 장을 보는 사람들, 호객하는 상인들, 연신 물건을 나르는 차량들로 가뜩이나 좁은 도로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이슬람의 단식월인 라마단이 26일 시작되기 때문이다. 푸줏간.청과물 등을 파는 일부 상점들은 이미 문을 닫았다. 팔 물건이 없어서다.

◇사재기="라마단 기간엔 아예 문을 닫아 거는 상점들도 많아 한 달치를 사놓아야죠." 움무 파트마는 연신 싱글거리며 흥정을 했다. "낮에는 물 한모금, 담배 한모금도 안 되지만 이달만큼은 화를 내지 말라는 게 이슬람의 가르침"이라고 그녀의 남편이 거들었다.

물건을 미리 사두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라마단이 시작되면 물건값이 오른다.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정부가 아무리 제재를 가해도 물건이 없으니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우리네 추석 무렵과 매한가지다.

매년 라마단이 되면 가정의 소비지출은 평소의 2~3배가 된다. 낮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않지만 단식이 끝나는 일몰 이후에는 거의 매일 친지와 친구들을 초청하고 초대받기 때문이다. 한달 동안 풍성한 저녁상을 마련하려면 엄청난 양의 음식이 필요하다.

◇대목=아타바 시장의 건과물 상점 주인인 하산 무바라크(46)는 "매출이 평소의 다섯배나 늘었다"며 "이달 한달 보고 장사를 한다"고 말했다. 알아즈하르 이슬람 사원 주변의 종교서적 상점들에서 최근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은 주머니용 소형 코란과 카세트 테이프. "라마단 기간에는 사람들이 대중가요보다 코란 테이프를 집과 차에서 주로 듣는다"고 서점 주인 타리크 카림이 말했다.

이집트의 라마단 특수품은 파누스라고 불리는 등(燈). 라마단이 되면 모든 거리와 집의 대문 및 창가에 파누스가 내걸린다. 모양.색깔.크기는 제각각이다.

◇축제=사람들은 배고픔을 참아내며 남을 도우라는 라마단의 가르침을 '축제'로 받아들인다. 이집트 종교기관인 알아즈하르는 25일 라마단 시작을 알리는 성명에서 "허기를 느끼면서 무슬림들은 모두 평등한 인간임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달만큼은 부자들이 가난한 이들에게 마음껏 베풀기도 한다"고 많은 사람이 말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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