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유엔 결의안에 벌써부터 엇박자 내려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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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것은 결의 이행을 감독할 '제재위원회'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회원국들은 결의안 채택 30일 이내에 제재조치 내용을 이곳에 통보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90일마다 회원국의 이행 상황을 안보리에 보고한다. 특히 결의안 중 애매한 부분에 대한 '해석 권한'도 갖고 있다. 한마디로 대충대충 하는 제재를 봐 넘기지 않겠다는 안보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 정권은 결의안이 나오자마자 '물타기'에 들어갔다. 개성공단.금강산관광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해석을 일방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 사업을 통해 북한에 들어간 자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사용됐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말이다. 또 두 사업은 일반적 상거래이고, 이번 결의안이 이것마저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선적이고 위험한 발상이다. 두 사업을 통해 북한에 들어간 현금이 올해만 2000만 달러다. 이런 돈을 북한이 어떻게 썼는지는 아무도 확인할 길이 없다. 제재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모른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제조에 전용됐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유엔과 미국과의 협의 아래 판단할 일이지 이렇게 일방적으로 선을 긋는 이유가 무엇인가. 국제사회와 등을 지겠다고 결심한 것인가. 나라의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하지 마라.

경제적 측면에서 봐도 개성공단은 매우 상황이 어려워졌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상적 경제활동이 이뤄질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는 것은 물 건너갔다. 수출길이 막히면 임금.물류 등에서의 비교 우위는 있으나 마나다. 금강산관광도 민간 경협임을 내세우지만 사실 정부 지원이 큰 발판임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정부 지원 없이는 자립하기 어려운 이런 사업에 대해 최근의 불안한 정세에서조차 정부가 '민간 교류' '경제적 실익' 운운하는 건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게 명명백백한데도 '포용정책' '정책 지원'을 밀어붙인다면 미국과의 마찰만 확대하고 유엔 결의 이행에도 어긋난다.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과 안보리 결의가 무관하다고 밝혔다. 물론 이 부분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핵실험 이전에 취했던 참관단 파견 등 형식적인 참여에만 계속 머문다면 미국과의 공조는 아예 포기하겠다는 것인가. 일단 참여 확대는 하되 구체적인 집행 과정에서 긴장을 고조하는 조치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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