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지부지 타낸 「결백증명」/「상가특혜」 의혹 가셔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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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 초고속 조사에 “갸우뚱”/“진원지 어디냐” 국회주변 설만 분분
「한국판 리크루트사건」으로 불리던 영등포역사상가 특혜분양설은 4일 이종남법무장관의 부인발표로 진화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장관의 답변이 정식 수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이고 국회밖에선 여전히 미심쩍어함에도 여야는 모두 내심 이것을 결백에 대한 증명서로 받아들이려는 눈치다.
○…4일 법사위에서는 여야의원들이 일제히 영등포역사 상가특혜분양설을 따졌다.
여야의원들은 『항간에 떠도는 의혹들을 해소하고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당국은 사실규명을 명백히하고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민자당의 유수호의원은 『거명되는 의원자신의 인격과 명예에 관한 중대문제일 뿐 아니라 국회의원 전체의 윤리와 도덕성에 관련되는 중대한 문제』라며 『정부는 국민에 대한 국회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도 철저히 조사해 밝히라』고 촉구.
특히 야당의원들은 이 사건을 공작정치의 일환으로 해석,보도경위를 집중추궁했는데 박상천의원은 『마치 지난해 공안정국의 회오리가 몰아쳤을 당시 「허위자료 신문에 흘려주기수법」을 연상케 한다』며 『이런 일이 전혀 없다면 신문보도는 어디에서 자료를 얻어 나왔는지 밝히라』고 요구.
조승형의원도 『공안정국과 같이 정치공작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는 의심이 짙다』며 『의원들을 여론재판에 부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대해 이종남법무장관은 『현재로는 공직자가 그 직무와 관련,압력을 가해 임대받는등 범죄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구체적 자료가 없어 수사를 개시한 바 없다』고 전제,『계약된 36개 점포의 명단을 기초로 확인한 결과 권노갑의원이 43.4평의 돈까스점을 부인명의로 계약한 것밖에 없다』고 발표.
이장관은 『그러나 직무관련성이 전혀 없어 범죄혐의가 없다』고 말하고 『그밖에 박종률ㆍ백찬기의원(민자)이 임대차계약을 알선한 바 있으나 계약조건이 맞지 않아 취소됐다』고 확인.
○…여야는 모두 이법무장관의 발표에 일단 안도하면서도 국민들을 납득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인식.
이 때문에 혐의를 받고 있던 의원들은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 언론이 거명해 받은 상처를 어떻게 회복하느냐』고 항의하고 있다.
5일 교체위등 관계 상위에서 또다시 명단공개문제로 논란을 벌인 것도 그 때문이다.
관련 상위들마다 이 문제를 걸고 들어가겠지만,의원들은 「분양자명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답변 역시 그 이전단계에는 눈감고 있어 여야합의에 의한 처리가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제까지 흘러나온 소문은 정부고위관리를 포함,더 많은 수가 개입했으며 롯데측이 분양자를 지명해주도록 「알선권」을 줬다는 것이었다. 또 직영하려던 롯데측이 「압력」에 따라 설계변경을 하고 나눠줬다는 소문도 있었다.
민자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그러나 『평민당도 이것은 수사하지 말라는 압력을 넣고 있는 것 아니냐』며 『별 것도 아닌 걸 언론이 크게 보도해 시끄럽다』고 말해 여운.
○…야당측에서는 이것이 정부공작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단정,진원지를 정보기관으로 추측.
이 가설을 근거로 국회주변에서는 야당측이 국군조직법등 일부 법안처리와 거래한 게 아니냐는 밑도 끝도 없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또 이번 특혜분양설로 타격을 받은 민자당내 민주계에서는 박철언장관측이 파워게임의 일환으로 흘린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으나 박 전장관측은 대꾸도 하기 싫다는 태도.
박 전장관측에서는 『나쁜 일만 있으면 우리에게 뒤집어 씌운다』고 분개.
○…검찰은 특혜로 임대계약한 정치인ㆍ공직자가 없다는 조사발표를 믿지 않으려는 여론에 상당히 당혹해 하고 있다.
또 개인차원의 민사계약에 불과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데도 계약자 모두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일부의 여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또 검찰이 조사착수 하루만에 의혹을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고 해명만 해주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김하경 전철도청장 구속후 내사기간이 있어 충분한 조사를 했다』며 롯데관계자 소환등 이번 조사는 이미 진실을 밝힌 상태에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검찰은 설령 의원이나 공무원들이 롯데측의 영등포역사 상가를 분양받았다 하더라도 이 상가는 1년단위로 임차계약을 통해 사용권을 얻게 돼있으며 전대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권으로 볼 수 없어 뇌물이 안된다고 보고있다.
또 막연하게 장사가 잘돼 이익이 많이 남을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는 뇌물죄 성립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검찰은 70년대 후반 아파트가격 앙등에 따른 프리미엄 이득을 본 현대아파트 특혜분양사건에서도 뇌물수수죄로 기소됐던 공무원이 무죄를 선고받았던 예를 지적했다.
물론 임차계약 형식이 아닌 소유권 이전형식으로 롯데측이 돈을 받지 않고 상가를 넘겨 주었다면 뇌물에 해당하지만 수사결과 이같은 예는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김진국ㆍ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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