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뇌' 절반은 '불량국가 증오·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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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 43대 대통령 조지 W. 부시.

그는 존 아담스 부자가 각각 미국의 2대와 6대 대통령으로 취임 된 이후 미국에서 두 번째로 '부자'대통령이라는 기록이 있기도 하다.

미국의 번영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전세계의 민주주의 확산을 주장하면서도 지극히 보수주의의 색깔을 보인다. 부시가 추구하는 철학은 일명 '배려하는 보수주의'. 개개인이 각자의 최고 잠재력을 성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다.

2001년 대선을 앞두고 그의 이러한 철학은 미국인들에게 클린턴과 조금은 차별된 모습으로 다가갔고 구체적이고 강력한 느낌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2000년 8월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목표를 밝히는 자리에서 대량 살상 무기 및 대량 살상 무기 운반체의 확산을 견제하는 데 힘쓰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냉전을 조성하는 '불량 국가'에 대한 증오이자 그것을 붕괴하는 것.

2001년 1월 취임한 그는 9.11테러와 이라크 전쟁 등을 겪으면서 미국민들에게 '든든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장기화되고 대량살상무기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석유'확보를 위한 일방적 전쟁이라는 비난도 있었다. 이는 공화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9일 북한의 핵실험이 발표된 것.

이번 사태를 두고 주요 언론에서 부시의 강경한 대북정책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도 그에게 북한과의 양자회담에 응하라는 주문까지 나온 상태. 그러나 그는 두 번의 기자회견을 통해 완강히 거부의 뜻을 밝혔다.

지금까지는 북한에 대해 '군사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미뤄보아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초강경 입장으로 '요지부동'하는 조시 부시 대통령.

김대중 정권 당시부터 햇볕 정책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던 부시에게 북한은 여전히 '악의 축'이며 김정일 위원장은 '폭군'인 듯하다.

세계평화를 위해 양자회담에 응해 북한과 타협을 이뤄내라는 세계 여론의 주문과 이에 응하지 않는 부시가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한편, 14일 채택을 앞두고 있는 유엔의 대북결의안에 군사적 제재부분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는 하나 미국이 쉽게 호응한 데 대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외정책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미봉의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이래저래 11월에 있을 2차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부시의 고민은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중간선거에서 또 하나의 쟁점으로 예상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지원법안은 조지 부시가 취임 이래 지난 7월 의회 통과법에 대해 첫 거부권을 행사했을 만큼 어려운 숙제.

여론조사 결과 미국민의 60%가 이 법안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인간 윤리적 차원에서 반대를 외치는 여론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

좀처럼 오르지 않는 공화당의 지지율을 위해 취임 초기 있었던 배아줄기세포 반대 의사를 꺾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쉽사리 단언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2001년 취임 이후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방향에서 벗어남 없이 한결같이 정치를 펼쳐와 호응을 얻고 있는 조지 부시 대통령. 그가 과연 냉철하고 강경한 태도의 대북정책을 유지해나갈지, 아니면 여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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