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알고나 탑시다|안전띠 착용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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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가끔 텔리비전을 통해 미국 영화를 보면 운전자는 누구나 차를 타자마자 시동을 걸기 전에 안전띠를 매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일·미국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고 시동을 걸면 계기판에 빨간 불이 깜빡이면서 몹시 시끄러운 소음이 나기 때문에 그냥 몰고 가기가 쉽지 않다. 또 최근의 외제차 중에는 일본제 도요타를 비롯해 미국 차들의 경우 문을 닫으면 안전띠가 저절로 매어지는 종류도 있어 꼼짝없이 안전띠를 매게된다.
안전띠는 주차장에서 차를 움직일 때나 가까운 상점에 잠깐 들를 때는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불편하다고 안전띠를 매지 않게 되면 충돌 사고 때 아무리 조심해도 어쩔 수 없이 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법규로 안전띠를 꼭 매도록 의무화시킨 것이다.
차가 충돌할 때 운전자나 승객이 어느 정도의 힘을 받는가는 충돌 상태에 따라 각각 다르겠지만 앞좌석의 강도에 대한 미국 연방 차량 안전 규격에서 간접적으로 역산해 볼 수 있다.
즉 충돌 때 앞좌석에는 20g (이때의 g은 무게 단위가 아니라 중력의 가속도를 나타내는 단위)의 힘이 작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안전띠를 맸을 때 안전율이 4는 될 것이므로 최대 5g의 힘이 인체에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5g은 가속도의 크기이므로 체중 60㎏의 사람은 300㎏ (5×60㎏)의 힘에 의해 앞으로 밀려나감을 의미한다.
남자의 팔 힘은 위급한 순간 약 1백㎏g의 압력에 대해 버틸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이것도 미리 팔이 뻗어 있는 상태에서만 가능하므로 대부분의 경우 충돌 때 갑자기 팔로 버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승차자들이 오른손으로 문 위의 손잡이를 잡고 있지만 이것은 심리적인 안정을 얻을 수는 있겠으나 충돌 때 몸을 보호하는데는 별로 쓸모가 없다. 결국 자동차의 충돌 때 승객의 몸을 의자에서 튀어나가지 않게 붙잡아두는 수단은 안전띠 밖에 없다.
교통부는 1일부터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안전띠의 착용을 의무화하고 위반자에게는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의 충돌 사고는 승객의 생명을 위협하게 되므로 안전띠의 착용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처럼 운전자나 승차자를 규제할 뿐만 아니라 출고되는 자동차까지 안전띠를 매지 않을 수 없는 장치를 부착시키도록 하면 더 큰 효과를 얻지 않을까 생각된다.
안전띠의 착용은 일종의 습관이므로 불편을 느끼지 않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교통당국은 이 점을 인식해 안전띠 착용의 관습화를 너무 성급히 도모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일반 도로에서의 의무화는 그 필요성이 인정되나 너무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다.
택시 기사와 같은 경우에는 안전띠를 맨 채 손님의 요금을 받고 거스름돈을 주기가 몹시 불편하다. 사람을 규제하는 것보다는 사람이 사용하는 기계를 규제해 자연히 법을 지키게 하는 것이 선진화의 방향이다. 김천욱 <연세대 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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