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놓고 한나라당 신·구 지도부 내분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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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의 SK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및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그 실체가 점차 드러나면서 이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사들간 이해가 충돌하며 다양한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현 지도부가 당초 이 사건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려는데 대해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난 대선 지도부는 '강력한 대여투쟁' 을 주문하면서 맞섰다.

이런 가운데 소장·개혁파 의원들은 ‘선 고해성사’를 주장한데 반해 중진들은 ‘선 강경투쟁’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물론 선 강경투쟁론은 지난해 대선에 관여했거나 이회창 전 후보측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던 인사들이 주축이다. 특히 김영일 전 총장은 최근 고해성사론을 제기했던 남경필(南景弼) 의원 등 일부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져 상황에 따라서는 양측간 갈등이 고조될 소지도 적지 않다.

서청원 전 대표 등 대선 지도부와 하순봉 의원 등 ‘친창(昌)’ 계열 인사들이 ‘상황에 따라서 소장파들에게 제공된 자금도 밝히겠다’는 이야기를 흘리는 등 소장파들을 압박하고 있지만 박근혜(朴槿惠) 권오을(權五乙) 원희룡(元喜龍) 의원 등은 “우리가 먼저 털어내고 정치개혁을 선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선거자금 모금 주체가 누구냐에 대해서도 입장에 따라 설명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최돈웅 의원은 당 지도부의 지시로 SK자금을 받아서 당에 전달만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대해 김영일 전 총장은 “최 의원은 이 전 총재의 동기동창이고 평소에도 ‘선배’라고 부르며 대접했는데 내가 돈심부름이나 시켰다는 게 상식적으로 얘기가 되느냐”고 배후설을 일축했다.

반면 후원회장인 나오연(羅午淵) 의원은 “SK비자금 같은 것이 유입되면 별도 장부로 입금과 지출내역을 관리할 가능성이 많다”면서 “사무총장이 실무적으로 관리책임자인데, 지휘라인으로 보면 대표나 윗분들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사무총장과 대표, 후보의 역할을 부각했다.

대선 당시 선대위 조직은 ‘이회창 후보-서청원 선대위원장-김영일 선대위 총괄본부장’ 라인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자금 부분에서는 ‘최돈웅 재정위원장-나오연 후원회장-이재현 재정국장’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재정국장은 김영일 전 총장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실무선에서 자금 흐름을 가장 잘 아는 것으로 지목된 이재현 전 재정국장은 “실무자인데 정치적인 일에 말할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디지털 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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