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범죄자들과 좌충우돌 '현상금 사냥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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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원 포 더 머니
재닛 에바노비치 지음
류이연 옮김, 시공사
378쪽, 8500원

두뇌게임과 로맨스를 버무린 추리소설이다. 주인공은 스테파니 플럼. 2류 란제리 업체에서 해고된 후 6개월째 가구 등을 팔아 연명하는 젊은 여성이다. 생활고에 쫓긴 끝에 사촌 비니를 협박해 현상금사냥꾼이 된다. 보석(保釋) 중인데도 재판을 기피하는 범죄자들을 잡아들여 포상금을 받는 일이다.

총도 쏠 줄 모르고, 법도 모르는 스테파니가 처음 맡은 임무는 살인 혐의로 쫓기는 전직 경찰 조셉 모렐리. 그는 능글맞으면서도 매력적인 인물이다. 십대 시절 스테파니를 유혹해 불장난을 벌이기도 한 '선수'다.

초보 현상금사냥꾼의 행보가 순탄할 리 없다. 권투선수에게 얻어맞고, 모렐리를 빤히 보고도 놓치며 오히려 욕실에서 수갑을 찬 채 샤워커튼에 매달리는 수모도 겪는다. 모렐리와 티격태격 사랑싸움을 벌이는 동안 사건은 마약 밀수범들과 연결되는데….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감이나 극적인 반전(反轉)의 묘미를 기대하면 2% 부족하다. 대신 엉뚱하고도 천연덕스런 등장인물들의 행태가 훨씬 재미있다.

"아침 9시면 맥주를 마시기엔 너무 이르겠지만 모스크바에선 오후 4시일 테니 상관없을 것"

먹을 게 없어 조반을 맥주로 때워야하는 스테파니의 독백이다. 시리즈 중 첫 권인데 다음이 기대되는 유머러스한 작품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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