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지도부 大選전 기업 리스트 놓고 모금 할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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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지난 대선에서 1백억원의 자금 지원을 SK에 요청하기에 앞서 김영일(金榮馹)당시 사무총장과 선대위 재정위원장이던 최돈웅(崔燉雄)의원.나오연(羅午淵)후원회장 등 당 중진들이 참석한 모금대책회의가 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1백여개의 기업 리스트를 검토하며 모금 대상을 확정했고 崔의원에게는 SK 등 10여개 이상의 업체가 할당됐으며 다른 중진들에게도 최소 4~5개 기업의 모금 역할이 부여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고위 당직을 맡았던 한 의원은 24일 이같이 말하고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모금 회의에는 당시 이재현 당 재정국장과 재정국 실무자 2~3명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리스트는 재정국에서 작성한 것으로 대선 전 1~2년간 열렸던 한나라당 후원회 때 돈을 낸 기업들의 이름과 후원 액수가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그는 이어 "비슷한 무렵 당 지도부 주재로 한나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회의와 시.도지부장 회의가 별도로 열렸으며 이들 회의에서 선거자금 모금에 힘써 달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영일 전 사무총장은 이 같은 사실이 있었느냐는 확인 요청에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金전총장은 "그러나 이후 진행된 모금 진척 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며 "사무총장은 입금 상황에 대해선 결재하지 않았고 지출 결재에만 사인했으며 SK 돈 입금은 사후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모금 계획에 관여한 것과 관련, "사무총장으로서 한 일이고 개인적으로 한 일은 아니다"며 여야의 대선 자금 자진 공개에 찬성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나오연 후원회장은 이에 대해 "당시 모임은 공식 후원회 모금을 독려키 위한 자리로 그간에도 통상 있던 것"이라며 "당 후원회는 정식 영수증을 교부한 합법적인 후원금만 받았으며 SK 비자금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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