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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 탄생 100돌 기념학술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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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독일 출신의 여성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75)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가 14일 오전 10시 서울 경희대에서 열린다. 주제는 '한나 아렌트와 세계사랑'. 한나아렌트연구회(회장 백승현).한국정치사상사학회(회장 강정인).사회와철학연구회(회장 홍윤기)가 공동 개최한다.

아렌트는 유대인으로서 2차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을 겪었고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나치 경험은 그의 학문적 일생을 좌우했다. 그는 나치와 같은 악(惡)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근원적으로 파고 들었다. '악의 근원'에 대한 탐구는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등 대표작으로 결실을 맺었다. 특히 아렌트는 유대인 학살의 주범인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참관한 후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도출해내 세계적 이름을 얻었다. 학살의 원흉이라해서 뿔달린 괴물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악행은 그의 악마적 성격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생각없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사고력의 결여'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생각없이 사는 일상적 삶이 악의 근원이라는 아렌트의 결론은 탈냉전 시대인 90년대 들어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전체주의에 대한 아렌트의 비판은 나치에서 멈추지 않았다. 스탈린 체제를 포함해 모든 전체주의를 싸잡아 비판하는 아렌트를 냉전시대의 좌파 진영에선 곱게 보지 않았다. 그는 정치적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근대 과학.기술 문명에 대한 맹신적 태도를'과학.기술적 전체주의'라고 비판했다. 인간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삶의 근본 조건인 지구 환경과 생명체까지 파괴하는 근대 문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주장이다. 아렌트 사상이 탈근대주의 철학과 접목되는 대목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김선욱(술실대).홍원표(한국외대).서유경(경희사이버대).이은선(세종대).김비환(성균관대) 교수와 고옥 스님(가산불교문화연구원 연구실장) 등이 아렌트의 사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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