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DNA 그늘에 가렸던 RNA 올해 노벨상 3명 배출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RNA는 리보핵산으로 불리는 유전물질이다. 생명체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DNA와는 화학적으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1980년대만 해도 RNA는 DNA를 연구하는 데 귀찮은 존재였다. 당시엔 DNA에 모든 생명의 비밀이 담겨있는 것으로 보고, DNA 위주의 실험을 했는데 RNA가 DNA에 달라붙어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내놓기 일쑤였다. 한마디로 '실험실의 천덕꾸러기'였다.

그러나 DNA에 담긴 정보가 생체 현상을 나타내는 단백질로 표현되기 위해서는 DNA를 원본으로 복사된 메신저 RNA라는 중간매개체가 반드시 필요하고, 여기에 각종 조절인자가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로저 콘버그 교수가 노벨 화학상을 거머쥔 배경에는 RNA 중합효소에 의해 메신저 RNA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기 때문이다. 특정한 세포에서 특정한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세포별로 특정한 메신저RNA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 과정에 수십 개의 조절인자가 DNA와 RNA 중합효소로 이뤄진 결합체에 작용하는 모습을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그려낸 것이다.

RNA의 중요성이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이다. 하나의 끈 구조인 메신저RNA가 조그만 RNA에 의해 분해되면서 세포 안의 특정 유전자가 단백질 합성 과정을 가로막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같은 'RNA 간섭' 현상을 일으키는 조그만 RNA의 발견은 2002년 미국의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10대 과학뉴스로 선정하기도 했다.

마이크로 RNA의 권위자인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는 "RNA 간섭현상이 발견된 지 얼마 안 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적잖게 놀랐다"면서 "인공적으로 만든 RNA를 이용해 특정 유전자의 활동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항암제와 에이즈 치료제 등의 개발 가능성이 커진 것도 수상에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