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직은 연 7∼10만명 부족(인력난: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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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힘든일 외면… 서비스업종에만 몰려/인문계에 치우친 수급계획 고쳐야
나라 경제가 잘되려면 돈이나 사람이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들어가야 한다. 돈이 먹고 마시는 곳이나 투기적인데 주로 쓰여지면 지속적인 경제발전이란 불가능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력이 나라경제를 떠받쳐주는 실물생산부문보다 오락ㆍ음식ㆍ숙박업과 같은 서비스분야 쪽으로 대거 몰린다면 실속있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총량면에서는 고용안정에도 불구하고 산업별ㆍ직종별ㆍ학력별ㆍ성별 인력수급이 불균형 상태에 빠져 경제가 삐거덕거리고 있다. 우리 산업이 안고 있는 인력난 문제를 알아본다.【편집자주】
제조업을 하는 사람들은 근로자를 구하지못해 난리다. 심각한 인력난을 견디다못해 외국근로자를 데려다쓰는 불법적 방법에 의존하는 사업체마저 생기고 있다. 상공부장관이 제조업체를 방문하면 어디서나 인력난호소를 듣는다. 외국의 근로자를 데려오게 해달라는 정식 건의까지 나오고 있다.
중소기협중앙회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기능인력부족률은 제조업평균 28.1%,섬유업종이 38.6%,신발업종이 59%,인쇄ㆍ출판은 74.3%,기계업종이 40.7%로 나타났다. 건설업과 같은 다소 힘든 작업을 하는 직종에는 높은 임금수준에도 불구하고 아예 취업자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힘든 일보다는 보다 손쉬운 서비스산업에서 일을 하려는 근로자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물론 서비스업에 사람이 몰린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
어떤 서비스업이 번창하고,어느 서비스 부문에서 고용이 늘어나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서비스도 통신ㆍ운수사업과 같이 제조업을 뒷받침하거나 지식정보산업처럼 첨단산업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80년부터 89년까지 1인당 GNP(국민총생산)는 3.1배 늘었는데 음식ㆍ오락ㆍ숙박업등 유흥음식점(무허가제외)수는 5.4배나 증가,전체 서비스업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고,또 이 부문에 인력이 집중되어 있다.
이 부문은 생산성증가가 낮기 때문에 고임금이 물가상승으로 파급돼 물가불안을 초래하기도 한다.
제조업체의 구인난이 심화된 원인은 산업체에서 필요로하는 인력공급부족과 서비스업종의 상대적인 고임금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인문계 고교졸업생은 크게 증가한 반면,공업계의 경우는 거의 정체됐다.
인문계 고교졸업생은 지난 81년 27만9천명에서 작년엔 45만명으로 늘어났으나 공업계는 같은 기간에 5만9천명에서 6만2천명으로 겨우 3천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문대도 같은기간중 인문계가 1만명에서 3만2천명으로 2만3천명 증가했는데 이공계는 4만2천명에서 5만2천명으로 1만명 증가에 그쳤다.
기업의 인력양성규모도 매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 80년 기업체가 자체훈련을 통해 양성한 인원은 6만6천명이었으나 작년에는 그 규모가 1만5천명으로 줄었다. 공공직업훈련원의 배출인원은 같은 기간중 1만6천명에서 1만7천명으로 거의 정체상태다.
한편 서비스업의 지난해 임금수준은 생산직보다 1.7배정도 높았다. 기획원에 따르면 작년에 생산직의 월평균 임금은 43만4천원이었으나 오락 및 문화서비스업은 74만7천원 수준이었었다. 또 기업은 격심한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제조업부문의 투자를 기피한 반면,음식ㆍ숙박업등 소비성서비스부문은 높은 수익성으로 번창,인력을 끌어들였다.
지난해 매출액에 대한 경상이익률은 제조업이 2.5%에 그쳤으나 부동산업은 3.7%,오락 및 문화서비스업은 10.2%였다.
기획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로 볼때 96년까지 고졸이하 기능직인력은 매년 20만명이상,이공계 전문대 및 대졸기술직인력은 매년 5만∼7만명씩 기업체에서 필요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인력구조에 변화가 없다면 기능인력은 매년 7만∼10만여명씩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대이상 기술직 인력은 일부부문은 부족현상이 나타나나 전체적으로는 연간 4만∼7만여명씩 남아돌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첨단부문의 고급기술인력이 부족하고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 각 부문간 인력수급 불균형은 자칫 전체 경제의 흐름을 뒤바꿔놓고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의 이행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몹시 다급해있다. 경제기획원은 기능인력 및 첨단부문 기술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 등 국ㆍ공립대와 유명사립대에도 야간공대를 신설하고 실업계고교를 대폭 확충하는 방안등을 관계부처와 협의중이다.<이석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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