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핵폭풍을 견딘 3가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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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실험 발표 후 하루 만인 10일 국제 금융시장은 폭풍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전날 급락했던 한국 증시는 반등했고, 이날 핵 발표 후 처음 문을 연 일본 증시는 아예 떨어지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증시 역시 핵 악재에도 이틀째 상승세를 이었다. 특히 다우지수는 북핵 우려를 떨치고 지난 5일 이후 3거래일 만에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북핵 실험 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던 미 국채 가격도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북핵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학습효과와 양호한 경제 여건(펀더멘털),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인해 북핵이 시장에 발조차 내딛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 학습효과

전문가들은 북핵 폭풍이 없는 이유로 우선 '학습효과'를 꼽았다. 투자자들이 경험을 통해 국제적 사건에도 투자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심지어 '9 11 테러'조차 경제적 재앙을 불러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시에떼 제너널 애셋 매니지먼트의 리서치 책임자, 미칼라 마쿠젠은 "사람들이 지정학적 위험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쉽게 배웠다"고 말했다.

이런 시각은 세계 경제가 핵실험과 같은 사건을 극복할 능력이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마쿠젠은 "시장을 안심시키는 것들이 많다"며 "경제 상황이 매우 좋다는 사실에 시장이 매우 편안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양호한 펀더멘털

전문가들은 경제 여건(펀더멘털) 또한 북핵 충격을 줄여준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 수년간 사건들은 경제성장과 투자수익이 높은 때 발생했다. 마드리드 폭탄 사건도 발생 후 시장을 흔들었지만 시장은 뛰어난 펀더멘털 덕에 곧바로 제자리를 찾았다.

독일계 투자은행, 드레스드너 클라인보르트에 따르면 북핵 실험도 전 세계 주가가 전달 대비 2.1%, 전년동기 대비 10.5% 오른 때 일어났다.

로이터 통신은 유가가 급락해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우려는 낮아졌고, 기업의 인수.합병(M&A) 소식은 증시를 밀어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핵 소식이 전해져 충격이 덜했다고 분석했다.

◇ 풍부한 유동성

유동성도 북핵 충격을 줄여준 이유로 전문가들은 꼽았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자산 가격이 오르고 있어 핵 충격도 미미하다는 것이다.

ABN 암로 애넷 매니지먼트의 투자전략 책임자, 리처드 던컨은 "지난 5년간 세계 외환보유고는 수십년간 보유고를 합한 것보다 많아졌다"며 "유동성이 모든 유형의 자산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 장미빛 전망은 위험

지금과 같이 펀더멘털이 좋고,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시장의 분위기를 깨는 것은 중증 호흡기증후군(사스)과 같이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건일 것으로 투자자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장미빛 전망을 경계하고 있다. 헨더슨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투자전략가, 토니 돌핀은 "북핵 실험에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것은 최악의 상황은 무시하고 최상의 상태만 보려는 투자자들의 습관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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