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갤러리를 나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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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은 갤러리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이제는 아니다. 카페나 레스토랑, 심지어 가구점이나 영화관에서도 접할 수 있다. 더 이상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세계가 아니다. 우리 곁으로 바싹 다가온 아트, 그 친밀한 '만남의 광장'을 찾아보자.

지난 8월 청담미술제에서는 색다른 시도가 이뤄졌다. 매년 청담동 일대의 갤러리 10여 곳이 참여하는 연례행사에 올해는 레스토랑이 대거 동참했다. 특별전 이름은 'Welcome to Magic Door'. 13인의 예술가들이 청담동에 위치한 레스토랑·카페·바 입구에 자신들의 작품을 설치해 대중들이 좀 더 친근감 있게 현대미술을 느낄 수 있도록 안내한다는 뜻이다. 결과는 대성공. 레스토랑 시즌즈 김영희 대표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를 즐기면서 미술작품도 감상할 수 있어 젊은층의 호응이 컸다"고 한다. 또 지난달 17~24일 롯데시네마 영등포관에서는 '러시아 미술전'이 열렸다. 2006 한·러 교류축제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러시아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7명의 작품 50여 점이 영화 관객들과 자연스런 만남을 가졌다.

뜻밖의 장소에서 예술작품과의 조우는 퍽이나 신선하다. 이런 '낯선 만남'의 원조는 90년대 후반 삼청동의 '더 레스토랑'이 아닐까 싶다. 맛으로도 정평이 나있지만 지붕 위를 걷는 보로프스키의 여자 조각상 등 세계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눈을 즐겁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제니 홀처의 전광판 'Mini Matrix', 안토니 카로의 조각 'Wave', 전광영·홍승혜 작가의 작품이 전시중이다. 국제갤러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인 만큼 작품의 질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 02-735-8441~3

'갤러리와 가든 그리고 아트'를 컨셉트로 오픈한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도 예외는 아니다. 전관 전시 및 화랑을 통해 쇼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한편 지하 1층 '메종 드 카페' 또한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마른 꽃잎을 이용한 드로잉으로 유명한 작가 백은하와 함께 카페 공간을 새롭게 꾸미기 시작한 것. "모던하고 흠잡을 데 없는 하드웨어 공간에 생기발랄한 소프트웨어만 채우면 완벽할 것 같다"며 "꽃과 식물을 이용한 입체적인 작품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작품 또한 공간의 일부처럼 보이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작업도 매일 조금씩 이루어지는 현재 진행형 방식을 택했다. 02-2118-6033

논현동 수입가구업체 '데코야'에 들어서면 또 하나의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젊은 작가들의 감각이 숨쉬는 작품들이 가구·인테리어 소품들과 어울려 있다. 이는 세오갤러리가 올해 초 시도했다. 예술과 일상의 조화라는, 문화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고자 기획한 것이다. 현재 이진준·유혜민·정혜진 작가의 작품이 층별로 전시돼 있다.
02-542-7557

아트가 생활공간 속으로 들어온 것에 대해 국제갤러리 큐레이터 이사빈 씨는 "예술이 상업성과 연계됐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중이 예술 세계로 쉽게 접근할 계기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반가운 현상"이라고 전했다.

프리미엄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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