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弗 이상 부자 한국 8만670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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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고액순자산보유자 수가 급속하게 증가, 향후 글로벌 자산운용 업계의 성장 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지난해 한국의 고액순자산보유자 증가율이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돼 주목된다.

메릴린치는 10일 '아시아-태평양 부자 연례보고서'를 내용으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메릴린치는 매년 '세계 부자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으며, 이날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고액순자산보유자에 관한 첫 보고서를 선보였다.

메릴린치와 컨설팅 업체인 캡제미니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주거지와 소비재를 제외하고 100만달러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액순자산보유자 수는 21.3% 급증한 8만67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마켓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다. 이 가운데 금융자산 3000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순자산보유자는 375명으로 집계됐다.

한편 지난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고액순자산보유자 수는 7.3% 늘어난 240만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세계 고액자산가 증가율인 6.5%를 상회하는 수치다.

장재호 글로벌 프라이빗 클라이언트(GPC) 한국본부장은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54% 급등한데다 산업생산이 증가한데 따라 국내 고액순자산보유자 수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액순자산보유가 증가율 세계 10위권 국가 가운데 아시아 국가가 절반을 차지했다"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향후 글로벌 자산운용 업계의 강력한 성장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한국도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지역 고액자산가의 투자 성향을 분석한 결과 다른 지역에 비해 대체투자와 해외 분산 투자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은 지역내 투자 비중을 줄이는 한편 미국 등 선진 시장의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고액자산가의 경우 아시아 지역의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국내 자산관리 업계의 성장 전략으로 상품 다각화와 맞춤형 서비스를 제시했다.

국내 고액자산가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현금 및 예금 비중이 35%로 가장 높았고, 채권(25%)과 주식(20%)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 투자비중은 15%에 그쳤고, 원자재나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는 5%에 불과했다. 부동산 비중이 낮은 것은 주거용 이외 직접 또는 리츠 상품을 통한 투자 자산으로 제한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남우 전무는 "국내 고액자산가의 증가와 인구고령화가 맞물려 자산운용 시장에 지각 변동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은퇴에 대한 부담이 높은 한편 주가 변동성이 감소하고 국내 기업의 질적 성장이 향상되고 있어 국내 자금이 1금융권에서 2금융권으로 급속하게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금융 및 헬스케어 산업이 강한 성장 모멘텀을 얻는 반면 소비 산업의 장기 성장성이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한국과 중국, 일본, 홍콩,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대만 등 8개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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