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동구진출“결실”/가전3사 현지공장등 추진상황점검(경제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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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삼성전자 헝가리공장 16일 준공/북방특수ㆍ서유럽 우회진출 노려/섬유ㆍ기계업종도 활발한 진출 모색
우리나라 가전업계를 포함한 제조업의 동구권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16일 국내기업으로는 동유럽지역에서 처음으로 헝가리에 현지 TV생산공장을 준공,본격가동에 들어간데 이어 대우전자가 헝가리에 전자레인지생산공장을,금성사는 체코ㆍ폴란드에 컬러브라운관생산공장을 각각 설립키로 추진하는등 가전3사가 북방특수를 잡기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대우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시에 4천5백만달러 투자규모의 호텔을 짓기로 하고 이에 관한 정부의 투자승인을 이미 받아놓았고 불가리아에는 종합휴양시설을 건설하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게 럭키금성그룹은 최근 유고ㆍ폴란드로부터 섬유ㆍ화학제품에 관한 합작투자요청을 받고 타당성조사중이며 효성물산은 폴란드에 직물공장을 짓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등 우리업계의 동구권진출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동쪽으로 70㎞떨어진 야스페니사루지역에 세워진 삼성전자 헝가리공장은 현지업체인 헝가리 오리온사와 50대 50으로 합작,6백80만달러를 투자해 대지 5천평,건물 2천평규모로 건설됐으며 삼성전자가 생산기술 및 설비를,오리온사가 토지ㆍ건물 및 인력을 각각 부담했다.
이 공장은 앞으로 매년 10만대씩의 컬러TV를 생산할 예정으로 헝가리내수판매 및 인근 국가로의 우회수출을 하게 되는데 최근 개방붐을 타고 동구권의 가전제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며 판매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히 국내에서 오스트리아로 수출할 경우엔 관세가 27.5%에 이르지만 헝가리에서 수출하면 13.7%에 불과하고 핀란드지역에 대해서도 한국에서 직접 수출할 경우 21%의 관세가 부과되나 헝가리에서의 수출에는 관세가 아예 없기 때문에 서유럽지역으로의 역수출기지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금성ㆍ대우 등은 올들어 폴란드ㆍ유고ㆍ헝가리 등지에 지사를 설치하거나 현지판매법인을 2∼3곳씩 두어 교역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이들 기업들도 동구권을 발판으로 서유럽쪽으로 수출길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지난해 이후 주력수출시장인 미ㆍEC지역의 잇따른 수입규제와 엔저에 따른 일본업체들의 저가공세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전업계가 미개척지인 동구권진출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
가전제품의 대EC수출은 88년 12억9천3백만달러를 고비로 지난해에는 24.7%나 줄어든 9억7천4백만달러에 그친 반면,대동구권수출은 88년 4천6백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1억8천3백만달러로 4배가까운 신장세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동구권 7개국에 대한 수출 총규모도 87년 1억달러에서 88년 1억2천5백만달러,지난해에는 2억2천만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업계는 이에 따라 올해 대동구권수출목표를 삼성ㆍ금성사는 2억5천만∼3억달러,대우전자는 2억5천만달러 이상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두배이상으로 늘려잡고 있다.
이들 전자업계외에도 최근에는 섬유ㆍ기계 등의 동구권진출도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다.
동양나일론은 폴란드로부터 카프롤락탐 생산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며 선경인더스트리는 폴란드로부터 불소수지생산기술을 들여올 계획.
또 대림제련은 헝가리로부터 수산화알루미늄 제조기술을 도입키로 했고 현대그룹은 올들어 유고에서 승용차 1천대를 수주하는등 자동차ㆍ기계장비관련 교역을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이 지난 3월 헝가리에 지사를 설치했고 대우는 자본금 1억달러규모의 투자금융회사를 헝가리와 합작설립키로 하는등 금융분야의 진출도 활발하다.
업계의 이같은 동구권진출붐은 소련과의 관계정상화가 이뤄지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민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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