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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통상 “당당히 대하자”/한남규 워싱턴특파원 (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 무역대표부(USTR)의 실무책임자 한 사람이 15일 자진해서 한국 기자들을 찾아왔다. 평소에는 바빠서 전화도 연결되지 않고 답전도 없었던 사람이다. 이날 기자면담 대화내용은 「백그라운드 브리핑」의 조건이 붙었다. 발언내용은 보도될 수 있어도 발언자 신분은 밝히지 않는 브리핑이다.
그는 『지난 2주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수입 캠페인」은 그간의 발전적 한미 통상관계에 대한 급작스런 역행』이라고 지적하고 모스배커 상무장관이 금진호 무역협회고문에게,그레그 주한대사가 한국정부에,힐스 무역대표가 박동진 주미대사에게 이 문제에 대해 「강경한 표현」으로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리는 『이 일이 개선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연히 기자들로부터 「큰 문제」 운운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제기됐다. 그는 한국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큰 문제」를 지금으로서는 뭐라 말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지금의 상황은 시작이며 중지하지 않으면 중대한 문제가 야기된다』고 다시 반복했다.
아울러 그는 내주초 힐스대표가 박필수 상공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친절하게(?) 예고까지 했다.
이 문제는 명백히 발전적 한미 통상관계에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좋지않은 일을 해결하는데 있어 한미양국이 모두 좋지않은 자세를 보이고 있어 일을 더욱 좋지않게 만들고 있다.
피차 좋지않은 일일수록 태도를 명백히 해야할 것이다. 두루뭉수리 바람잡는 자세는 곤란하다. 이 관리는 「큰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한국정부가 「캠페인」배후에 있다는 구체적 자료가 무엇인지,「캠페인」으로 야기된 미국의 대한수출감소 통계가 얼마인지에 관해 질문을 받고도 이에 대해서는 전혀 답변이 없었다.
명백치 않은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반대 캠페인을 정부가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가 박대사를 통해 미측에 내놓은 대응이다. 미국이 계속해서 한국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해온 것은 말과 행동이 틀린 점이다.
조만간 이런 논지가 바탕이 될 고위책임자의 기자회견이 서울에서 있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제기한 이번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절차는 무의미한 부인보다는 진상조사 입장표명이어야 할 것이다. 그 결과 사실이 아니면 대들고,틀린 것이라고 생각하면 고치고,경제적 난국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이면 정책으로 공표한후 내정간섭을 거부하는 등 당당하게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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