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문학」논쟁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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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리얼리즘인가, 포스트 모더니즘인가. 사회변혁에 기여하기위한 리얼리즘이라면 노동해방사상으로만 무장할 것인가, 혹은 비판적 지식인문학까지 포괄해 좀더 폭넓은 연대를 구축해해야하는가. 아니면 문학자체는 사회변혁도구가 아니니 문학을 구호의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그런 발상 자체를 버려야 되는가.
근간 『문예중앙』여름호는 「한국사회와 문학의 위상」이란 주제아래 각기 다른 시각을 가진 복거일·이병훈·한기·윤지관씨 등을 동원, 현 우리사회의 성격 및 그 속에서의 바람직한 문학의 위상을 점검했다.
문학평론가 이범훈씨는 『지배계층은 90년대 벽두, 보수세력들을 모아 대연합정당을 출범시키고 이를 토대로 진보적 민중운동과 노동운동을 억압하고 있다』고 주강하고 진보세력은이에 맞서『과학적인 노동해방 사상의대중화를 통해 혁명운동의 사상적·조직적 중심을 건설해야하며 문학도 여기에 기여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학을 천재성 또는 개인적 상상력등 부르좌의 고유한 재산목록으로 치부하고 민중문학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되고 향유되는 문학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유아기적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되는 문학이란자본주의적 생산과정속에서 차지하는 각개 계급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그 사상적·예술적 내용을 달리할 수밖에 없고 여기서 독자적인 노동자 계급의 문학이 나온다』고 말했다.
소설가 복거일씨는 현재 우리문단에 『지식과 지식인에 대한 까닭없는 반감, 육체노동자들에 대한 자기비하적 태도, 대체 사회를 주창하는 사회과학의 주변적 분파들에 대한 지나친 대접, 문학을 사회개혁의 직접적 수단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팽배해있다』고 지적하고이러한 문단상황의 객관적 근거에 회의를 나타냈다.
그는 『문학은 사회로부터 자율성을 지니고 있기에 사회개혁의 도구가 되기 어렵다』며『사회개혁에 문학이 꼭 참여하려면 문학은 스스로 구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문학평론가 한기씨는 『우리는 자본주의화의 전면적이고도 최종적 단계인 후기자본주의에 진입했다』고 전제하고 후기자본주의의 미학인 포스트모더니즘에 입각해 우리문학을진단, 전망하고있다.
그는 현재 우리 문학은 근대적 양식을 대표하는 리얼리즘과 현대적 양식으로서의 모더니즘으로 양분돼 있다고 말하고 『포스트모더니즘은 이 꼭지없는 변증법에 합명제를 부여한다』며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변증법적 지양개념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을 보고있다. 그리고변증법적 지양은 미적 합리성과 기존의 것에 도전하는 전위의 몸짓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윤지관씨는 우리 사회를 평등사회로 가는 변혁기로 보고 『변혁기의 문학이 추구하는 방향은 변혁이 완료된 사회의 그것과 다르다』며 『변혁논리의 직접적 선전이 아니라 리얼리즘의 성숙을 통해 변혁사회 내부의 다양한 움직임을 형상화해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비판적 리얼리즘은 물론, 포스트모더니즘까지 포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포스트모던한 인식과 대응도 우리의 구체적 현실에 뿌리내릴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 것이므로 결국 리얼리즘에 귀착되고 현재 변혁 문학의 대체로서 포스트모더니즘을 내세우는 논리는 마땅히 경계돼야한다고 말했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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