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금슬금 들어오는 외국인 우리「노동시장」망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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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우리나라도 상대적인 고임금국가가 되면서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 외국인 불법취업이 늘고있으며 건설·탄광·봉제등 일부 업종에서는 단순 인력구인난이 더욱 가증됨에 따라 노동력수입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 노동력의 자유로운 국경간 이동문제가 올해로 협상시한을 맞은 우루과이라운드 서비스협상의 주요의제중 하나로 상정돼 있어 이에대한 우리나라의 입장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 외국노동력의 유입은 부정적인 효과가 크므로 엄격히 규제해야 하며 일부직종의 구인난을 인력양성제도의 개선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노동연구원 박영범연구위원이 「우루과이라운드 관련 국경간 노동력 이동에 관한 연구」를 통해 제시한 노동시장개방의 효과 및 정책방향등을 간추려본다.
◇실태=현재 국내에 상용·투자·교육부문등에서 합법적으로 취업중인 외국인은 국세청의 외국인 원천징수세액납부자등 자료를·종합해 볼때 9천여명에 이른다.
또 3개월기간의 관광비자로 입국, 체류기간을 연장하면서 단순근로자로 불법취업중인 외국인도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취업자는 80년대 전반까지만해도 대부분이 서구인 외국어강사였으나 최근 수년동안 한국이 잘사는 나라로 인식되기 시작하고 임금이 크게 상승한데다 중동의 건설경기가 퇴조하면서 파키스탄·필리핀·태국·인도·말레이시아·이란·방글라데시등 저임국가의 품팔이 근로자가 급증하고 직종도 공사장인부·가정부·식당종업원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해외로 진출한 국내인력은 60년대 중반이후 1백70만명으로 그동안 국제수지의 개선, 투자재원조달등에 크게 기여해왔으나 중동경기 쇠퇴와 함께 급격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국내임금의 빠른 상승으로 해외취업에의 유인동기가 없어지고 있는반면 동남아등 저임국가로부터의 노동력 유입 움직임은 증가할 전망이다.
◇전방=노동력 수입정책은 국내 고용시장전망등 경제적 측면과 함께 사회적 영향등을 고려하여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산업구조가 자본·기술집약적으로 변화하고 성장둔화 가능성이 커져 고용흡수력은 하락할 전망인 반면 생산인구의 중·장년화, 여성경제활동의 확대등으로 겅제활동 참여욕구는 커질 전망이어서 외국 노동력의 유임은 70년대 서구처럼 실업문제를 심각하게 할가능성이 크다.
외국노동력의 수입은 또 근로조건이 열악한 산업을 유지시킴으로써 경제구조조정 및 기업의 생산성 제고노력을 저해하는 부작용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국 전문직 노동력의 자유로운 유입은 가장 큰 위협이 되고있는 선진국의 국내 서비스산업에의 침투를 보다 용이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외국노동력의 유입은 이와함께 주택·의료·범죄등 정착화에 따른 각종 사회문제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사례=근로자 수입대국이였던 서독은 4백여만명의 외국인문제로 고통을 당하자 귀국장려금을 지급하고 터키·포르투갈인에게는 연금혜택도 부여하고 있으나 감축에 성공하지못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강력한 불법취업자 강제송환조치를 취하고, 대만은 불법취업자신고에 35달러의 현상금까지 거는등 외국인문제로 골머리를 앓고있다.
◇대책=이와같은 점들을 고려해볼때 외국노동력의 유입은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효과가 훨씬 크므로 우루파이 라운드의 국경간 노동력 이동에 관한 우리의 일반적인 입장은 자유로운 이동을 반대하는 것이어야한다.
이 문제에 관해 선진국은 숙련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만을, 개발도상국은 모든 노동력의자유로운 이동을 주장하고있으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수요에 따른 개별업종차원에서 규제여부 및 그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외국노동력유임의 효율적인 규제를 위해서는 현재의 출입국관리법·외자도입법보다는 구미처럼 노동허가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동허가제도는 선진국의 서비스시장 침투를 저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인력의 선진지식습득에도 도움이 된다.

<이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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