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딸들의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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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며칠전 신문에 남편이 임신3개월된 아내와 두살난 딸을 살해하고 강도 살인을 위장하려다들통났다는 기사가 실렸다. 하루전날인가에는 재혼한 남편이 잠투정하는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은 죽은 아들을 뒤따라 가겠다는 유서를 쓴채 술집에 있다 검거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전날에는 혼자사는 50대여성이 수십년이나 나이 어린 애인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혐의를 잡고 경찰이 수사를 펴고있다는 기사가 났다. 또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했고…거의 이런 기사가 없는 날이 없다시피했다.
그런데 얼마전 어떤 유력한 석간신문의 사회면에 가족 살해 기사비중으로는 예외적으로 큰활자의 제목을 뽑은 기사가 실렸다. 「또 딸이 아버지 살해」라는 제목이 그것이다. 얼마전 중학생인 딸이 주정뱅이 폭력 아버지를 살해해서 뉴스가 된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머니와 시강에서 야채장사를 하는 열여덟살난 딸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것이다.
왜 그 보수적인 신문이 「또 딸이…」라고 제목을 붙였을까.
물론 이땅의 「딸들의 변화」에 대한 놀람의 표현일 것이다. 여기에서 딸이란 어머니를 둔 모든 딸이 아니라 스무살이 안된 딸들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무살 미만 딸들의 변화를 어떻게 이해해야할 것인가.
나는 우선 이런 극단적 행동양식의 표출에서 이제 딸들은 「성적관계」이외의 행동이나 의식에서 종래의 차별성을 떨쳐내고 있다는 징후를 발견한다.
여자가 할수있는 일과 여자가 해선 안되는 일의 범위가 「생식기능」으로 축소되고, 남성과 여성이 똑같은 사회적 동물로서의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획득하게 된 것이 아닐까하는 진단이다.
여자가 「여성」임을 자각할 경우란 이성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느낄 때나 자식을 낳을때로 한정되어진다는 말이다.
결국 사회규범이 여성과 남성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되던 시대는 가고 이제 사람이 해선 안되는 일과 사람이 할수있는 일로 양성에게 공평히 가해지는 시대로 바뀌어가는 때에 우리는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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