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복으로 갈아입은 합참 '워치콘' 한 단계 격상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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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9일 오전 11시20분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위기조치반'을 가동.개시했다. 합참은 이어 오전 11시30분쯤 전군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토록 지시했다. 합참 관계자는 "주한미군과 함께 각종 감시장비를 동원해 북한의 도발 징후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날은 미국의 휴무일인 콜럼버스 데이였다. 일부 장병들은 영외에서 나흘간의 황금 연휴를 즐기던 상태였다. 그러나 오전 11시30분쯤 용산기지의 주한미군사령부에도 위기조치반(CAT)이 가동됐다.

이상희 합참의장은 이날 오후 미국에 머물고 있는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긴밀한 한.미 공조체제 유지와 대응책을 논의했다. 합참 관계자는 "한.미 연합 위기관리 체제가 가동되는 가운데 군단.수방사.특전사 등 작전사령부급 이상 부대에서도 위기관리반이 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군, 경계태세 강화=휴전선 근처의 부대에서는 경계 병력과 초소 순찰 인원을 늘렸다. 모든 작전부대의 지휘관.참모들도 각자의 정위치를 지키고 있다. 군 관계자들은 일제히 평상복에서 전투복으로 갈아입었다. 군은 10일 오전 윤광웅 국방부 장관 주재로 전군 주요 지휘관 긴급 회의를 열어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한 군사 대비 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다.

군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방사능 피해를 막기 위해 방사능 낙진이 예상되는 지역을 분석하고 있다. 국가 방사선감시소와 정보를 공유하면서 군 차원의 방사능 정찰 활동을 하고 있다. 합참 측은 "방사능 위험 요소가 포착될 경우 즉시 경보를 발령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대북 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기존의 3단계에서 2단계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모두 4단계로 된 워치콘은 평시 수준(4단계)에서 단계가 올라감에 따라 첩보 수집 장비와 정보 분석 요원의 가동 능력을 보강한다. 정보감시태세는 1999년 6월 서해교전 당시 워치콘2가 발령됐다가 교전 이후 3단계로 유지돼 왔다. '워치콘1'은 적의 도발이 명백할 때 내려진다.

대북 전투준비태세인 '데프콘'은 현재 4단계에서 변화가 없다. 5단계로 구분되는 데프콘은 군사적인 상황이 있을 때 3단계로 격상된다.

◆ 주한미군도 지휘관 긴급 소집=주한미군은 장성급 지휘관과 참모들에게 긴급 소집령을 내렸다. 이 관계자는 "방미 중인 벨 사령관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장성은 영내에서 머물고 있다가 지휘 사무실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까지 '브라보(평시 수준)'상태인 근무지 경계 태세를 상향 조정하지 않았다"며 "미 국방부가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 그에 따라 조치 여부가 확정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한국군이 대북 정보감시태세(워치콘)를 격상할 경우 주한미군도 영외 이탈 금지나 경계근무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감시를 위한 정찰기 이착륙도 늘어났다. 북한 지역의 유.무선 통화를 감청하는 활동도 대폭 강화됐다. 이에 앞서 벨 사령관은 4일 주한미군의 일선 지휘관들에게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지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채병건.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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