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당한 방범순찰차(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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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3월 안응모내무부장관의 취임 일성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민생치안만큼은 확립하겠다』는 것이었다.
순경에서 출발해 장관자리까지 오른 안장관이 자신의 일선경찰서 근무경험을 토대로 그 묘약으로 내놓은 것이 「파출소마다 방범순찰차를 배치,관할구역을 계속 순찰토록하면 범죄 예방효과뿐 아니라 일반화된 기동성 범죄도 크게 줄일 수 있을것」이라는 C3제도.
이같은 C3제도 실시후 범죄가 많이 줄었다는 치안본부 통계에 대한 신빙성 문제는 따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실제로 시민들의 반응은 『순찰차가 자주 눈에 띄니까 왠지 마음이 놓이는 것 같다』는 긍정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이 땅의 제도치고 별로 안그런 것이 없듯 C3 역시 문제점이 슬슬 드러나기 시작하더니 실시(4월10일)된지 불과 2개월만인 10일 서울 종로경찰서소속 방범순찰차가 근무자들이 음식점에 들어가 술을 마시는 사이 술취한 군인에게 도난당하는 웃지못할 사건이 벌어졌다.
사고를 저지른 육군 모부대소속 박태환상병(21)은 『길을 묻기위해 순찰차에 다가갔으나 차문이 열린채 키가 꽂혀있는 것을 발견,대여섯번 경적을 울렸으나 아무도 나타나지 않아 술기운데 그대로 경찰차를 몰고 달아났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박상병은 결국 택시ㆍ승용차를 잇따라 들이받고 경적을 울리며 도심 7㎞를 질주하는 해프닝끝에 뒤쫓아간 피해택시운전자에게 붙잡혔다.
그러나 도심에서 이같은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던 그순간까지도 차를 도난당한 경찰관들은 「설마 경찰차를 누가 훔쳐갔을라고. 동료 경찰관의 장난이겠지」라는 생각으로 신고도 안한 상태였다.
더욱이 사고후 상황이 다급해진 종로경찰서는 12시간이 지난뒤에야 서울시경에 올린 자체보고서에서 「근무자들이 전화를 거는 사이 차량을 도난당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사고발생이나 처리 모두가 「숨길수 있을때까지 최대한 숨긴다」는 경찰의 철저한 「좌우명」에 따른 것이었고 C3제도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도난차량을 잡아야할 순찰차가 도난당하고,음주운전을 단속해야할 경찰관이 근무중 술을 마신다면 장관이 아무리 외쳐봐야 민생치안확립은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었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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