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보다 「만남」에 뜻/합당후 첫 자리… 여야 영수회담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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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줄 것은 없고 국정협조만 당부 여/할 얘기 많지만 관심은 내각제 야
오는 16일의 여야 영수회담은 지난 1월 정계개편을 타진한 4당체제하의 개별영수회담 이후 처음으로 갖는 여야 최고지도자간의 회담이어서 관심이 높다.
특히 3당합당이후 여야관계를 가름할 첫 영수회담인데다 이미 내각제 개헌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단순한 여야문제를 뛰어넘는 얘기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민족통합이란 과제의 전단계인 북방외교의 성과를 내치에서도 얻기 위해 정치적 극한 대결을 지양할 장기적 구상을 하고 있는데 이 경우 평민당의 협조,또는 최소한 극한적인 반대만이라도 막아내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고 있다. 그 때문에 여권핵심들은 정상회담 때 노태우대통령이 김대중총재에게 양보할 거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이들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구체적 사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합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여권인사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과제를 크게 나누면 미래의 정국구도와 과거청산,세부적인 실리문제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상임위원장 배분등 현실적 이해관계는 국회,또는 당대당 차원에서 해결하도록 포괄적 위임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광주보상법ㆍ특위해체 등 과거청산문제는 향후 정치일정의 순조로운 추진을 위해 여당의 단독강행에 의해서라도 처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의 양보는 별로 고려치않고 있는 것 같다. 다만 광주보상법에서 다소 평민당의 입장을 살려준다든지,국가보안법등 각종 개혁입법을 여야 3역회의에서 논의토록 하는 정도의 「양보」만이 거론될 뿐이다.
결국 노대통령은 새로운 거여소야의 정국운영에 있어 평민당을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북방외교등 국정운영에 협조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데 주력한다는 것.
박준병사무총장도 『야당의 참여를 전제로 한 건전한 여야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이번 회담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것은 장기적인 정치구도 아래서 내각제개헌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각제가 평민당을 고립시키거나 배제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란 점을 설명하고 여러가지 변수가 가시화될 때까지는 적극적인 반대를 유보하도록 내막적 합의를 도출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들을 하고 있다.
평민당도 아직 이원집정제에 대한 반대는 있어도 순수내각제에 대한 반대의사는 언급된 바가 없으며,박희태대변인은 『순수내각제라면 반대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이러한 평민당의 여운을 주목했다.
이런 전반적인 합의가 이루어지면 미합의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기보다 국회 또는 정당간의 대화로 해결토록 유도함으로써 김대중총재와 김영삼대표,김종필ㆍ박태준최고위원및 당3역간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상례화한다는 것이 여권의 「희망사항」이다.
○…김대중평민당총재는 이번 여야 총재회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 당내 강경파및 재야의 회담거부 요구를 단호히 뿌리친 것 등도 이 회담이 그 자신이나 평민당의 정치향방에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총재는 그동안 당내 강경파의 의원직 사퇴결행과 야권통합을 둘러싼 통합파의 집단 항명ㆍ반발 등으로 당내외에서 몰린 입장인 만큼 이번 회담에서 뭔가를 받아내야 하는 절박감을 안고 있으며 노대통령도 자신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하리라 내심 고대하고 있다.
합당취소ㆍ중평 택일을 주장하며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있는 김총재에게 그럴듯한 「선물」이 없을 경우 불가불 장외투쟁을 비롯한 강공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고 노대통령도 이런 사태를 원치 않으리라는 계산에서다.
그러나 두차례의 연기를 거듭한 뒤 열리는 16일 회담의 전망은 그렇게 투명하지만은 않다.
우선 시기적으로 물가폭등ㆍ주가폭락ㆍ부동산투기 등 여권이 죽을 쑤면서 바닥권을 맴돌던 때를 놓치고 북방외교의 성과를 업고 기세등등할때 대좌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총재가 정말 이 회담에서 듣고 싶은 것은 내각제개헌 추진등에 관한 노대통령의 흉중의 얘기다.
김총재는 『이번 회담은 몇개의 정치현안을 놓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노대통령이 과연 민주화를 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만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총재가 말하는 「민주화」란 정치일정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느냐는 방법에 대한 것이고 따라서 당연히 여권이 요즘 부쩍 흘리고 있는 내각제개헌일 수밖에 없다.
물론 김총재는 민주화의 기준으로 지자제실시 여부및 국가보안법ㆍ안기부법 개폐 등 정치개혁법안을 지적하고 『이에대한 확답을 들은 뒤 진로를 결정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김총재측은 노대통령이 「원활한 여야 협조」를 강조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협조적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단독회담에서는 그 이상의 내밀한 얘기도 오갈 수 있다고 보고있다.<김현일ㆍ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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