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으 lalejr 보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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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주 현충일에는 친구 몇사람과 경기도포천군 이동면에 있는 백운산에 등산길을 떠났다. 백운산은 유명한 백운계곡을 끼고있는 좋은 산이다. 가는 길이 포장도로이고 그리 멀지도 않으니 2시간의 드라이브로 충분하리라 생각하고 출발했다.
그러나 포천읍을 우회하는 왕복4차선도로에서 문제가 생겼다. 차가 편도2차선을 석줄로 메우고 서로 끼어들기 경쟁을 하는 것이다. 이유는 포천읍앞까지의 콘크리트포장도로를 철원쪽으로 좀더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중이었기 때문이다. 길은 흙길이고 그것도 끝에 가서는아예 외길이어서 공사관리인의 신호에 따라 가는 차와 오는 차가 교대로 지나가게 됐다.
그러니 혼란은 말할 수 없고 오너드라이버들은 차안의 가족들을 산정호수나 백운계곡으로빨리 모시기 위해서 있는 재주를 다 피우고 있었다.
필자도 친구의 새차를 운전하기 때문에 수없이 양보를하고 간신히 수신호 대기선에 섰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건너편에서 서울로 오는 차를 막고 이쪽 차더러 오라고 푸른기를 흔드는데도 이쪽 줄의 앞차가 나가지를 않는 것이다. 이유를 알아보니 앞차와 뒷차의 오너드라이버 두사람이 차에서 내려 멱살을 쥐고 발길질까지 하는 싸움판이 벌어진 것이다. 뒤에는 1백여대의 차가 밀렸는데 아마도 서로 끼어들러고 신경전을 하다가 푸른 기가 흔들리니까 빨리 가라고 빵빵거리다 뒷범퍼를 받은 모양이다.
그렇다고 서로 발길질까지 해야할 정도의 싸움의 원인은 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도로에비해 차가 너무 많고 또 공사중인 도로에서의 혼잡은 참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에 가면 인상적인 것은 아름다운 도시에 신호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조각과 기념비 그리고 아름다운 다리로 이루어진 파리시를 신호등의 철주와 불빛으로 파괴하고 싶지않아서이리라.
또 길가에는(가끔 중앙선에도) 승용차의 줄로 가득하다. 그것도 한 치의 틈도 없다. 어떻게 저런 작은 공간에서 차를 뺄수 있을까 눈여겨 보았더니 앞범퍼로 차를 밀어 공간을 비집은 뒤 간신히 빠져 나온다. 들어갈 때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범퍼도 모두 조금씌 찌그러졌지만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좁은 공간에 차를 세우려는 시민 모두가 서로 양보하는 수밖에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정은 좀 더하다. 지하철이 만원일 때 서로의 몸을 부딪지않을 수 없는 것처럼 차도만원이면 조금은 부딪친다. 미안하다는 말한마디로 천냥빚을 갚을 수 있는 밝은 사회를오너들이 만들어야겠다.
김천욱 <연세대공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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