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화도 진화 … 또 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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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인들이 사랑을 키워가는 장소였던 공중전화가 이제는 도시의 천덕꾸러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동통신기술이 발전하고 휴대전화가 보편화하면서 공중전화 이용자는 격감하고, 시내 곳곳에 줄지어 설치되던 공중전화 부스는 훼손돼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아져도 공중전화는 무용지물이 아닙니다. 휴대전화 미가입자, 어린이.외국인.관광객.군인 등이 이용하지요. 또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나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도 공중전화는 필요합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공중전화의 사용 빈도는 줄었지만, 필요하다는 답변이 61%에 달했습니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자는 18%에 불과했습니다.

최근 서울 도심에 새로운 디자인의 공중전화(아래 사진(左))가 설치되고 있습니다.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박스형 대신 공간을 최소화한 간이 부스를 세웠습니다. 인접한 전화기 사이에 칸막이는 없지만 방향을 틀어 통화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배려했습니다.

베를린의 공중전화(사진오른쪽)는 세련된 외관과 더불어 통신기관의 로고와 상징 색이 어디서나 공중전화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공중전화가 필요한 상황의 변화가 공중전화 부스의 형태와 외관을 변화시킨 것입니다.

런던의 공중전화(아래 사진(右))는 일반 전화기는 빨간색, 인터넷 전화는 파란색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시민들이 다양한 통신매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나라도 공항, 고속버스 터미널, 각종의 복합시설 등에 인터넷 기능을 지원하는 전화기가 설치되고 있습니다. 발신자 위치를 알 수 있는 기능과 문자전송 서비스를 추가한 공중전화와 화상전화도 곧 보급될 예정입니다. 공중전화가 없어질 수도 없고, 없어지지도 않는 공공시설이라면 시대 변화와 시민들의 새로운 필요에 대응하는 변화를 서둘러 모색해야 합니다.

권영걸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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