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어벡호' 첫술에 배부르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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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혹독했지만 값진 경험이었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1-3으로 패했다. 베어벡 감독은 취임 이후 가장 강한 상대를 만났고, 네 경기 만에 첫 패배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 수 위 기량의 가나를 상대로 젊은 선수들이 90분을 소화했고 신예 염기훈-김동현이 골을 합작하는 등 값진 경험을 했다.

양 팀의 선수 구성상 승부가 기울 것이 예상된 경기였다. 가나팀은 선수 19명 중 15명이 2006 독일월드컵 멤버였고 이날 선발진도 독일월드컵 16강을 이룬 베스트 멤버였다. 반면 한국은 선발 11명 중 독일월드컵 본선 경기에 나섰던 선수가 3명밖에 없었다. 이종민.염기훈.오장은.김치우는 성인 대표팀 무대에 처음 모습을 보였다.

경기력 차이는 초반부터 나타났다. 가볍게 공을 요리하며 전진하는 가나 선수들에게 한국 수비는 번번이 뚫렸고 가나의 전진패스에 오프사이드 함정이 깨지기 일쑤였다. 차두리-이종민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오른쪽 라인은 경기 초반 날카로운 오버래핑과 크로스를 선보였지만 스티븐 아피아-설리 알리 문타리-아사모아 기얀으로 이어지는 가나의 왼쪽 측면 공세에 밀려 이내 잦아들었다. 몇 차례의 결정적인 위기를 맞은 후로는 안정을 잃고 팀 전체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골키퍼 김영광의 선방과 가나의 불운이 겹치며 전반을 0-0으로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행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후반 3분 가나 미드필더 라레야 킹스턴의 오른쪽 크로스를 기얀이 점프하며 헤딩골로 마무리했다. 후반 13분에도 킹스턴의 오른쪽 코너킥을 마이클 에시엔이 첫 골과 같은 위치에서 헤딩, 추가골을 뽑았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후반 18분 염기훈이 슛한 공이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교체 투입된 김동현이 달려들며 밀어넣어 만회골을 뽑았다. 하지만 후반 38분 가나 스트라이커 기얀에게 추가 실점했다.

한편 수비수로 자리를 바꾼 차두리(26.마인츠)는 베어벡호 출범 후 처음으로 오른쪽 윙백으로 나서 90분을 모두 소화했으나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다. 한국팀은 11일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시리아와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을 가진다.

이충형 기자

김동현(中)이 만회골을 성공시킨 후 공을 안고 뛰어나오고 있다. 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양 팀 감독 말

◆ 베어벡 감독=가나는 체력적으로 강했고, 전술적으로도 우리보다 나았다. 어린 선수들이 월드컵 수준의 팀과 경기하려면 어떤 점이 부족한지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몸싸움에서도 우리가 밀렸고 패널티 지역에서의 예리함도 떨어졌다.

◆ 클로드 르 로이 가나 감독=전술적으로 우리가 앞섰지만 설기현 등 베스트 멤버들이 뛰었다면 예측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조국과 김동현이 인상적이었고, 이들을 수비하는 데 애를 먹었다. 두 선수 모두 역습에 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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