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내일은 첫 임산부의 날 산모 권리장전 만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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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산모들의 알 권리, 먹을 권리, 진료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의 정책은 보완할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학회에선 산모권리장전 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0일은 정부가 정한 '제1회 임산부의 날'. 출산 장려를 위한 이날 행사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공동주관으로 참여한다. 하지만 학회 이사장인 남주현 교수(사진.서울아산병원)는 할 말이 많다. 그는 "아이를 낳으려 해도 전문의가 없다면, 또 산모가 잘 먹고 싶어도 건강보험에서 지원이 따르지 않는다면 출산 장려 정책은 공염불"이라고 단언했다.

올해 산부인과 전공의 전기 지원 현황은 그의 주장을 단적으로 웅변한다. 207명 정원에 124명만이 지원한 것. 수련 중 중도하차한 전공의도 22.5%나 돼 의료계도 당혹할 정도다.

그는 "출산율 저하와 함께 생명을 다투는 긴장의 연속, 높은 의료사고율, 그리고 산모들의 고급병원 선호까지 맞물려 갈수록 병원 경영이 어렵다는 게 그 이유"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의료사고는 23.89%(소비자보호원 조사)로 모든 과를 통틀어 1위.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군(郡)까지 생겨났다는 것.

그는 정부의 환자 식대 정책도 산모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강조했다. 현재 건강보험에서 정한 환자식사는 하루 세 끼 기준, 한 끼에 3390원. 그러다 보니 음식의 질은 떨어지고, 하루 5~6끼를 먹어야 하는 산모들은 자신이 별도로 특별식을 주문해야 한다.

태아 성 감별에 대해서도 남 이사장은 현행 의료법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달에 남아인지, 여아인지 알면 출산 준비물이 달라집니다. 의료법에서 우려하듯 성 감별이 남아선호와 낙태를 조장한다는 생각은 기우지요. 특히 기형아 산전 검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정보를 강제로 가둬 둔다면 의사에게는 족쇄가 되고, 산모와 가족은 알 권리를 박탈당하는 거지요."

산모권리장전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된다.

"얼마 전 강릉시와 영월 도립병원에선 산부인과를 폐과했습니다. 또 개원 의사의 60% 이상이 분만실을 폐쇄하고 있지요. 정책적 배려가 없다면 임신부들이 진통을 참아 가며 대도시의 병원을 찾아다녀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겁니다."

10일 열리는 제1회 임산부의 날 행사는 보건복지부 주최, 대한산부인과학회.인구보건복지협회 공동 주관으로 오후 2~4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컨퍼스룸에서 열린다. 임산부와 가족 450여 명이 초청돼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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