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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사계』유년세계에 비친 자연의 이미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이중섭의 그림을 생각할 때, 우리는 흔히 격한 황소 그림과 희희낙락한 어린이 그림을 머리에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이 두가지의 회화적 테마는 사실상 이 화가의 티없는 인간적 심성의 양면적인 투영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이같은 점에서 『사계』(50년대작 37×26㎝)는 다루어진 주제부터가 좀 특이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중섭이 초기에 적지 않은 풍경화를 그리기는 했으나 이 작품속의 자연은 흔히 말하는 풍경화의 그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재현적이거나 서술적인 자연의 풍경이 아니라는 말이다.
작품의 표제가 『사계』라고 했으니, 거기에는 응당 계절따라 변하는 자연의 풍정이 담겨져 있을 법한 일이다.
그러나 막상 우리가 이그림속에서 찾아볼수 있는 것, 그것은 고작해서 화면을 사계절로 구휙한 듯한 불규칙한 색면 분할, 그리고 그 사계절의 우의적 표상인듯 싶은 일련의 자연 대상, 예컨대 꽃·새·열매, 또는 하늘과 땅과 구름등의 단편화된 이미지 뿐이다.
그러나 이 작품속에는 분명 자연이 숨쉬고 있다. 그리고 그 자연은 이 화가의 동심적인 심상의 세계로 투영된 자연이다.
이일<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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