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전문 한 컴퓨터연구소(아이디어 기업: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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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글 워드프로세서 개발 「전자출판」 개척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을 상품으로 파는 기업이 있다. 상품의 이름은 「한글2000」.
그같은 상품을 개발ㆍ판매함으로써 곧 우리나라에도 「전자 출판」또는 「탁상출판」(Desk Top Publishing)이라 불리는 출판혁명이 일어날 것이니 두고보라며 의욕도 대단하다.
88년 12월에 설립돼 이제 겨우 한살반 밖에 안된 한컴퓨터연구소가 바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인컴퓨터용 한글워드프로세서 소프트웨어를 독자적으로 개발,곧 시판에 들어갈 태세를 갖추고 있는 첨단아이디어기업이다.
연구소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아직 기업이라고 하기에는 좀 뭣하다. 그간 1년반동안 해온 일이라곤 독자적인 한글 2000소프트웨어의 개선ㆍ보완에 전력을 다하면서 틈틈이 쌍용컴퓨터등 국내의 대기업계열 소프트웨어사와 DTP시스팀을 공동개발하는등의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며 버텨온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의 연구결과가 이제 결실을 맺어 이달중 자본금 5천만원의 법인을 정식으로 출범시키고 7월부터는 전국유통망을 갖춘 모 대기업계열 컴퓨터유통전문회사와 손잡고 한글 2000의 본격 시판에 들어가게 된다.
컴퓨터나 워드프로세서가 급속도로 보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한글소프트웨어는 한컴퓨터연구소의 한글2000과 얼마전 서울대생들이 개가를 올렸던 □글뿐이다.
그나마 글자만이 아니라 그래픽ㆍ영상입력까지 되고 특히 「전자출판」을 가능케하기 위해 필수적인 레이저프린터에 바로걸어 쓸수 있어 하드웨어의 값을 크게 떨어뜨린 소프트웨어는 한글2000뿐이다.
단군이래 세종대왕이 붓으로 쓰는 한글을 처음 만들었다면,한컴퓨터연구소는 컴퓨터로 치고 그리고 인쇄하는 한글을 처음 만든 것이다.
자본금 5천만원이라는 소자본이 얘기하듯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파는 회사이기 때문에 직원도 사장 포함,모두 18명 밖에 안되고 사무실도 40평 안팎에 불과하다. 프로그램머ㆍ글씨체 디자이너ㆍ테크니컬 라이터(기술설명서 작성자)등 각 직원의 나이는 모두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이고,대표인 강태진씨도 캐나다에서 컴퓨터와 인지심리학을 전공한 31세의 교포다.
한컴퓨터연구소는 국내에서는 이제야 일반으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하는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다. 그러나 이들이 일찍이 지난 83년부터 캐나다에서 한글소프트웨어를 개발,84년 한해에만 북미지역의 교포들을 대상으로 3천여개의 소프트웨어를 보급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뿌리」가 있음을 전문가들은 다 안다.
그 「뿌리」가 이제 국내로 옮겨져 척박한 국내 소프트웨어분야를 선도하며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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