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1년 치료하면 억(億)소리…환자들 냉가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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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다국적 제약사들이 속속 내놓고 있는 항암제 대부분이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심사중에 있어 약이 꼭 필요한 환자들의 경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달 약값으로 600만원 정도 소요되는 대장암치료제인 머크사의 얼비툭스를 비롯해 아바스틴은 500만원, 넥사바 500만원, 허셉틴 400만원 등으로 전통 항암제의 10 ̄20배 가량 높아 경제적 여유가 없는 환자들의 경우 의사 처방에도 불구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부분 건강보험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심사중에 있어 환자들의 부담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급여대상에서 왜 제외되나=다국적 제약사들이 여러 암치료를 위해 내놓은 신약이 보험대상에서 탈락되는 이유에 대해 정부는 약값대비 효용이 떨어지는 데서 근거를 찾고 있다.

최근 심평원 약제전문평가위원회 심사에서 폐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비소세포성 폐암에 대해 급여제한 조치를 당한 한국릴리의 폐암치료제 '알림타'(성분명:페메트렉스드)가 가장 좋은 예다.

심평원 관계자는 "악성 흉막종피종 치료제로서 알림타에 대한 마땅한 대체제가 없어 이 질환에 대한 보험급여는 인정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비소세포성 폐암에 대해선 기존 치료제에 비해 부작용 개선 효과 말고는 나은 것이 없어 제한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심평원은 이번 심사에서 알림타 500㎎, 130만원으로 보험약가를 잠정 결정했다.

비급여 항목 대부분이 그렇듯이 표준치료제에 비해 임상효과는 탁월하지 못한 채 가격만 비싸 비용효과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떨어진다는 것.

그러나 한국릴리측은 심평원의 이같은 심사 결과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릴리 관계자는 "암치료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면 치료를 중단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사망률이 올라가게 된다"면서 "임상 결과 기준 약제와 동등한 효능이라고 해도 부작용은 반드시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약가 문제에 있어서도 심평원쪽하고 더 논의할 수 있다"면서 "환자들과 의사들이 급여 등재에 희망을 걸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재정문제 혹은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의 시작(?)=영국을 제외하고 비소세포성 폐암에 대한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국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번 제한은 건강보험의 재정문제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비싸기만 하고 효과는 작은 약을 추려내서 보험적용이 꼭 필요한 희귀환자들을 위해 보험료 비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 출시되고 있는 항암치료제에 대한 보험 등재가 까다로와진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항암 표적치료제를 출시해 놓고 심평원의 보험적용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신약의 보험 등재에 있어 가격대비 효능을 이야기하는 사례가 늘었다"면서 "신약의 경우 기등재된 약과 비교해 임상결과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지 보험등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약가적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신약에 대한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이 시작된 것으로 업계 전체가 이해하고 있다"고 말해 그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고가약 환자접근권 마련해야=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암환자는 올해 40만명을 육박 지난 2000년 21만명에 비해 두배 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생명연장을 할 수 있는 신약 출시가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도 함께 비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가 항암제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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