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카메라로 바라본 세상 24. 포토저널리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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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965년 미주리대 언론대학원에 입학했다. 이덤 교수가 강의하는 포토저널리즘이 전공이었다. 그는 작은 체구에 짧은 백발이었다. 스펜서 교수의 추천으로 왔다고 인사했지만 말없이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 까다롭고 고집 센 인상이었다.

수강 신청을 할 때 그의 면모가 확인되었다. 대학원 필수과목을 신청하면서 대학에서 배운 과목들을 제외했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 밑에서 사진을 배우려면 기초부터 다시 배우게." 그는 텍사스에서 배운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의 제자 스펜서에게 배웠는데도 그랬다. "과목 명칭이 같아도 나한테 배우지 않은 것은 무효야."

강의를 들어보니 과연 달랐다. 텍사스에서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이론을 가르치는 걸로 끝났다. 그런데 이덤은 문제를 제시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하고 각자의 답을 발표해야 강의는 끝났다. 비로소 진정한 공부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덤 교수는 '포토저널리즘'이라는 분야를 학문적으로, 또 실질적으로 개척하고 이끌었다. 그의 견해는 참신한 것이었다. 지금도 포토저널리즘 강의는 이덤의 이론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사진은 글과 마찬가지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사진과 글이 결합해 하나의 매체를 완성하는 것이 포토저널리즘이다. 사진만으로도 안 되고, 글만 가지고도 부족하다. 사진이 아무리 좋아도 글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고, 글을 아무리 잘 써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 둘이 결합해야 완벽한 매체가 된다."

"독자가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는 포토저널리즘은 일방적.동시적으로 시청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동영상과는 큰 차이가 있다. 독자는 사진을 본 뒤 글을 읽거나 글을 읽고나서 사진을 본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생각을 한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미주리대에서는 매년 4월 '저널리즘 위크'축제를 열었다. 전국신문협회.전국방송협회 후원으로 '올해의 사진기자''올해의 편집인''올해의 앵커맨'을 뽑는 행사였다.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유명 인사들이 행사장에 나타났다. 그들은 세련된 신사였으며 부와 명성까지 얻은 미국 최고의 명사들이었다. 시상식 날 좌석이 모자라 복도 바닥에 앉아 식을 지켜보며 막연한 꿈을 꾸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저 자리에 올라가 상을 받아보았으면 좋겠다'.

이덤 교수를 만난 것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일요일에는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는 그의 집에 가 잔디를 깎았다. 일이 끝나면 세상 이야기와 포토저널리즘에 대해 대화했다. 그 시간은 나에게 귀중한 특별과외가 되었다.

김희중 (상명대 석좌교수)

김희중 갤러리

밤새 눈이 내린 뒤 맑게 갠 겨울 아침, 뚝섬에서 조심조심 한강을 건넜다. 외딴집과 나룻배, 눈꽃 핀 수양버들이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지금 뚝섬 맞은편 한강변에는 무엇이 있을까? 거대한 올림픽 주경기장이 있다. 1950년대 중반 서울 잠실은 이런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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