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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비싸도 싹쓸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최근 일본인들의 미국재산 매입 붐이 기업·부동산에 그치지 않고 미술품으로 번지며 미술품 가격을 턱없이 올려놓고 있어 미국 화랑계가 당황하고 있다.
최근 뉴욕의 유명한 미술품 경매장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선 한 일본인 실업가가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인 르누아르와 반 고흐의 그림 두 점을 시가의 두 배 가까운 1억6천60만달러 (한화 약1천1백41억원)를 주고 사들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두 그림을 사들인 사람은 일본 다이쇼와(대소화)제지 명예회장 사이토(재등료영)씨로 그는 17일 르누아르의 『갈레트의 풍차에서』를 7천8백10만달러, 반 고흐의『가셰박사의 초상』을 8천2백50만달러에 사들였다.
사이토씨는 이들 그림을 사기 위해 동경 긴자(은좌)의 유명한 화랑주인인 고바야시(소림수인)씨에게 『그림 한 점에 1억달러까지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미 화랑계를 더욱 놀라게 하고 있다.
미 화랑계는 처음 두 그림이 시가의 두 배에 경매되는데 놀라움을 표시했다가 15일 경매에서도 사이토씨를 포함한 일본인들이 경매에 나온 57점 가운데 25점을 휩쓸며 총 거래액 2억6건8백40만달러 가운데 1억5천4백90만달러를 차지했다.
사이토씨 외에도 17일 있었던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일본인들은 경매에 부쳐진 58점 가운데 23점을 사들여 총 거래액 2억8천6백20만달러가운데 1억8천5백2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일본인들의 미술품 구입 붐은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영국 등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으로 그동안 일본인들은 19세기 인상파그림을 주로 매입해 오다 최근엔 현대미술품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일본인들의 서양미술품 매입러시는 세계 화랑계에 충격을 주면서도 그 반응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런던의 미술품거래상인 줄리언 에그뉴씨는 현재 『일본인들이 미술품의 주요고객들이고 가격을 받쳐주고 있다』고 환영하고 『이 같은 현상이 19세기말과 2O세기초 미국인들이 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뉴욕의 거래상인 리처드 퍼이건씨는 미술품시장에 대한 일본인들의 투자가 계속되고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시장에 있던 돈이 예술품으로 홀러 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60∼70년전 미국인들이 수집한 희귀 고미술품들이 외국, 특히 일본으로 팔려가고 있는데 대해 일종의 허탈감과 함께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사이토씨 등 일본인들의 떠들썩한 미술품 구입이 또다시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자극하며 이는 서양미술품에 대한 일본인들의 열등감의 표시라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또 일부 일본 박믈관들은 값에 개의치 않는 일본 기업인들과 기업들의 미술품 매입러시가 일반 박물관들의 희귀미술품 소장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뉴욕〓박애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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