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비노의 저주' 최경주가 깰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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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삼비노의 저주를 최경주(나이키골프)가 깰 수도 있다'.

5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로의 포리스트 오크스 골프장에서 시작하는 크라이슬러 그린스보로 클래식을 앞두고 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이런 톱기사를 냈다.

'삼비노의 저주'란 미국 메이저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가 밤비노(베이브 루스의 애칭)를 트레이드한 뒤 84년간 우승하지 못해 나온 '밤비노의 저주'에서 따온 말이다.

PGA 투어 통산 최다승(82승) 보유자인 전설적인 골퍼 샘 스니드는 홈런 타자 베이브 루스의 친구인 데다 엄청난 장타를 쳐 '삼비노'로 불렸다. 스니드는 바로 그린스보로 클래식에서 1948~49년, 55~56년 2연속 우승을 했고, 61년 다시 2연속 우승 기회를 잡았으나 마이크 슈책이라는 무명선수에 패했다. 만 49세의 노장으로 불꽃 같은 투혼을 발휘하던 스니드가 허무하게 무너진 뒤 이 대회에서는 2연속 우승자가 나오지 않았다. 2연속 우승 일보 직전에서 2위에 그친 적이 세 차례나 된다. 그러자 미국 언론이 '삼비노의 저주'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밤비노의 저주든 삼비노의 저주든 이는 미신일 뿐이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2004년 저주를 깨고 우승했듯 최경주도 50년 묵은 저주를 풀고 우승컵을 치켜들 수 있다. 올해를 끝으로 이 대회가 없어지기 때문에 최경주가 올해 우승하지 못하면 저주는 현실이 된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최경주의 어깨가 무겁다.

최경주는 이 골프장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4번 출전해 지난해 우승하는 등 모두 톱 10에 들었다.

골프장은 파72에 7311야드로 그리 긴 편은 아니지만 참나무가 많아 티샷을 잘 쳐야 하는 코스다. 최경주는 지난해 드라이브샷 정확도가 85%로 1위였다. 아이언샷과 퍼팅도 좋아 무려 26개의 버디를 쓸어담으며 22언더파를 쳤다.

더구나 이번 대회에는 상위 랭커들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세계랭킹 20위 이내 선수는 한 명도 없다. PGA 투어 공식 사이트도 상금 랭킹 17위 브렛 퀴글리(미국)에 이어 최경주를 우승 가능성이 큰 선수 2위로 올려놓았다.

마이크 위어(캐나다),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아론 배들리(호주), 데이비스 러브 3세, 팀 헤런(이상 미국) 등이 최경주의 대회 2연패에 걸림돌이 될 선수로 꼽힌다.

최경주가 2연패에 성공하면 시즌 첫 우승뿐 아니라 시즌 상금 200만 달러 돌파와 시즌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 출전권까지 확보하게 된다.

골프전문채널 J골프가 6, 7일은 오전 5시부터, 8, 9일은 오전 4시부터 생중계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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