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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실험 강행은 6자회담 사망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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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외무성의 핵실험 계획 발표로 동북아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교착 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무용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대북 선제공격론'까지 거론하는 미국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이 이뤄지면 즉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어 유엔헌장 7조에 따라 군사적 제재도 가능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유엔헌장 7조는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및 회복을 위해 자위(自衛)를 위한 경우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핵실험을 하겠다는 북한의 위협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제기할 계획"이라며 "이것은 분명 안보리에 대한 시험"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조셉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도 지난달 28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도발적인 행동을 할 경우 국제사회는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우선 유엔 안보리에서 유엔헌장 7조를 발동하기 위한 결의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3일 "미국은 북한의 핵 실험을 넘어서는 안 될 '레드 라인'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미국은 대북정책의 근본을 바꿀 것이고, 문제를 협상으로 풀자는 6자회담은 사망선고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을 수행 중인 국방부 고위 관리도 "우리는 이미 이런 사태가 올 것을 예상하고 대응책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핵실험 선언을 한 것은 한국이 제시한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안'을 수용하지 않고 미국과의 직접 대화 통로를 열어보겠다는 뜻 같다"며 "하지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나쁜 행동에는 절대 보상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확고해 6자회담 틀 속에서가 아닌 별도의 북.미 직접대화 채널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8~9일로 예정된 한.일, 중.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겨냥한 전형적인 북한의 벼랑 끝 외교"라고 분석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통과 때 중국과 함께 대화를 통한 타결을 촉구하다 막판에 찬성표를 던졌던 러시아는 북.미 간 양자회담을 촉구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는 외교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즉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언론들은 북한의 핵 실험 계획을 논평 없이 긴급뉴스로 전했다. 중국 정부는 3일 밤까지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워싱턴.베이징.도쿄=이상일.진세근.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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