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TV 가이드] "카리스마 연기라면 자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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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해군. 선조의 첫째아들로 간절히 왕위를 꿈꾸다 결국 동생(광해군)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비운의 왕자. 불같은 성미를 내보이기 일쑤지만 누구보다 여린 속내의 소유자.

방송 3주째를 맞이한 SBS 대하사극 '왕의 여자'에서 형형한 눈빛과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임해군을 그려내는 김유석(36.사진)의 연기가 화제다. 방송 첫 회부터 '임해군 역을 맡은 배우가 누구냐''진짜 임해군 같다' 등의 글이 시청자 게시판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얼핏 낯선 얼굴처럼 보이지만 그는 1998년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에서 조연급인 경찰관 역으로 데뷔한 이후 영화 '섬''국화꽃 향기''광시곡'과 MBC '베스트극장' 등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했던 만만치 않은 연기자다.

"그간 소시민적이고 나약한 모습만 보여오다가 처음 스케일이 큰 사극 연기를 하니까 눈여겨보시는 것 같아요. 대학 시절 연극에서 햄릿이나 라스콜리니코프처럼 극적인 주인공을 많이 맡았던 게 임해군을 연기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사실 김유석은 영화로 데뷔하긴 했으나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배우 박신양이 그와 동기다) 러시아의 셰프킨 국립연극대와 슈킨 국립연극대에서 4년간 수학했고, 귀국 후 지금까지 극단 '미추'에서 단원교육을 맡고 있을 만큼 연극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

"고등학교 시절 '색시공'이란 연극을 처음 본 뒤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헤어날 길이 없었어요. 결국 고 3때 재수생이라고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극단 '산울림'에 워크숍 단원으로 들어갔죠. 그 후론 오로지 연기만 생각하면서 살아왔어요."

살아 숨쉬는 임해군 연기는 그저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왕의 여자'의 김재형 PD는 SBS 아침드라마 '당신 곁으로'에 출연하던 그를 보곤 대뜸 불러내서 "내가 너를 오랫동안 봐왔는데 임해군 역을 해줘야겠다"며 '낙점'했다고 한다.

"연기자를 잘 이해해주는 감독님이세요. 칭찬해주면서도 저도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점을 꼭 집어내시거든요. 임해군이 등장하는 60부까지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하려 합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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