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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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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면

'옛날 옛적 멕시코에서 (Once upon a time in Mexico)'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제목처럼 이 영화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웨스트'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합친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흙바람 일으키며 말이 달리고 총잡이들의 결투가 벌어지는 서부극, 부와 권력을 둘러싸고 음모와 암투가 판치는 범죄영화의 코드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바탕에 깔려 있는 정서일 뿐 스크린에서 뿜어 나오는 것은 속도감 넘치고 현란한 액션 장면들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조니 뎁과 윌리엄 데포라는, 액션물에는 별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위 연기파 배우가 출연한다는 점이다. 안토니오 반데라스야 워낙 이 방면에 단골이 돼 버려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앞의 두 사람을 보는 재미는 색다른 맛이 있다.

영화는 '옛날 옛적…'이 아니라 멕시코의 현대 정치판이 배경이다. 대통령을 암살하고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음모가 멕시코에서 진행된다. 이를 막기 위해 미국 CIA 요원 샌즈(조니 뎁)가 파견된다. 이 암살 음모에 마약 무기 밀매 조직이 끼어들어, 조직의 두목 바리요(윌리엄 데포)는 행동대장으로 마르케스라는 장군을 앞세운다. 샌즈는 마르케스 장군과 멕시코의 전설적인 총잡이 엘 마리아치(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악연이 깊다는 것을 알아 낸다. 마리아치는 사랑하는 아내 캐롤리나(셀마 헤이예크)를 마르케스의 손에 잃은 것이다. 샌즈는 복수심에 불타는 마리아치를 이용해 암살 음모를 저지하게 된다.

영화를 끌고 가는 인물은 역시 마리아치다. 몸에 착 붙는 가죽 바지와 기타로 위장한 기관총을 쏘아대는 반데라스의 춤추는 듯한 동작은 이제 질릴 때도 됐건만 여전히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특히 아내와 함께 고층 빌딩에서 서로 손을 바꿔잡아가며 탈출해 자동차로 옮겨가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역동적이다. 더구나 멕시코 출신의 로드리게스 감독과는 '엘 마리아치''데스페라도'에서 이미 손발을 맞춘 적이 있었던 터라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난다.

조니 뎁은 몸을 많이 쓰는 대신, 제3세계에 파견된 부패하고 타락한 미국 정보 요원 역을 매력적으로 해냈다. 상대를 매수할 때 얼굴에 번지는 교활함, 쓸모 없어진 상대를 눈 깜박 하지 않고 살해할 때의 냉정한 잔인함을 그만큼 능란하게 표현하기는 쉽지 않을 터다. 암흑 조직의 보스이면서도 피아노를 즐겨 치는 특이한 캐릭터에 윌리엄 데포를 기용한 것도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흔히 할리우드의 물량 공세라 부르는 허풍스럽고 과도한 액션 장면들 때문에 이런 장점들이 제대로 살지 못하고 묻혀 버린 것 같아 서운하다.

이영기 기자

★★★ (만점 ★ 5개)

감독:로베르트 로드리게즈

주연:안토니오 반데라스·조니 뎁·윌리엄 데포·셀마 헤이예크

장르:액션

등급:15세

장점: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이 펼치는 호쾌한 액션

단점:탄탄한 스토리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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