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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영화] 기타노 감독, 아픈 사랑을 색칠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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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면

지난해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던 일본 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작품이다. 기타노 다케시는 '하나비''키즈 리턴''소나티네' 등으로 이미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는 꽤 널리 알려진 이름이 됐다.

TV 코미디언 출신인 그가 감독으로 진출해 내놓은 작품은 폭력적이고 남성적인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의 열번째 작품인 '돌스'는 감독 스스로 자신이 처음 만든 연애영화라고 불렀다. 연애영화지만 '돌스'에서는 사랑의 기쁨보다는 사랑이 갖는 치명적인 면과 불완전성, 엇갈림 등에 초점을 맞춘다.

한 가닥 빨간 천으로 서로를 묶은 채 목적지도 없이 방황하는 남녀, 자신에게 죽음이 임박한 걸 알고 옛 애인을 찾아나서는 늙은 야쿠자 보스와 그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인, 인기 절정기에 사고로 무대를 떠난 아이돌 가수와 그럼에도 그녀를 잊지 못하는 고독한 청년 등 하나 같이 상처와 고통이 덕지덕지 묻어 있다.

기타노 감독은 영화에서 색채감에 집착하는 걸로 유명하지만 '돌스'에서는 주인공들에게 자유분방한 색상과 질감의 의상을 번갈아 입히며 그 극단을 추구한다. 게다가 일본의 사계절을 담겠다는 의욕으로 시작한 영화답게 벚꽃 만개한 들판, 여름바다, 타오를 듯한 붉은 단풍, 정적에 쌓인 설산 등 정제된 화려함이 관객을 압도한다.

이영기 기자

돌스 ★★★★

감독:기타노 다케시

주연:칸노 미호.니시지마 히데토시

장르:멜로 연령:1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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