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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 위에 뜬 달님아 부모님께 소식 전해다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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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북 청송군 진보면 청송직업훈련교도소 안에 위치한 '늘 푸른 방송국'.

수형자 200여 명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올 7월 만들어진 이 방송국 관계자들이 최근 바빠졌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애청자들의 편지가 평소보다 2~3배 늘었기 때문이다. 방송국 관계자는 20여 통의 사연이 접수됐다고 전했다. 방송국 'PD'역할을 맡은 강창석(37) 교위(교도관) 등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7일에도 '추석 특집 방송'을 하기로 결정했다. 나훈아의 '고향역', 태진아의 '사모곡'도 선곡 목록에 올렸다. 가끔씩은 수감자들의 애타는 사연에 목이 잠겨 편지내용을 제대로 소개할 수 없을 때도 있다고 한다.

"온 가족이 모여 즐거워야 할 명절에 속으로 울고 계실 부모님을 생각합니다. 자유로울 때는 제 자신만 생각했는데, 육신이 구속되니 제일 먼저 떠오른 사람이 부모님입니다." 강도상해죄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모(30)씨의 고백이다. 정모(25)씨는 "자식 잘못 둔 죄 때문에 어머님이 없는 핑계까지 만들어가며 친지들과 자리를 피하신다고 한다. 명절날 쓸쓸히 농사짓고 계실 어머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며 사모곡(思母曲)을 전해왔다.

"여기 들어온 뒤 사랑했던 사람과 단란했던 가정까지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이곳이 절망과 저주의 땅이 아닌 희망과 기회의 땅이 되도록 남은 30개월을 보람있게 보내겠다"는 자신에 대한 다짐도 있었다. 강도죄로 6년형을 선고받은 차모(38)씨는 "긴 기다림이 결실을 맺는 추석의 풍요로움처럼 우리도 희망이라는 기대로 가득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담 안의 추석' 표정을 전해왔다.

백일현 기자

◆ 청송직업훈련교도소=1981년 제정된 사회보호법에 따라 83년 문을 열었던 청송보호감호소가 인권침해 논란 끝에 지난해 없어지면서 청송직업훈련교도소로 바뀌었다. 강도상해나 사기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주로 수감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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