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판 홍콩' 리비아에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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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서방 국가로 변신하면서 개방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리비아가 이번에는 홍콩이나 두바이 같은 하이테크 경제자유도시를 건설하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의 차남 알사디 카다피(33)는 1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리비아에 '중동판 홍콩'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카다피 후계자의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알사디는 서북부 수도 트리폴리와 튀니지 국경 사이 해안 40㎞에 걸쳐 최첨단 인프라를 갖춘 리비아 최초의 '경제자유도시'를 건설해 중동과 지중해 지역을 아우르는 무역.금융.관광.서비스 산업의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금 혜택과 자유로운 과실 송금 허용 등 특혜를 주면서 외국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종교 활동도 허용하는 '국가 안의 국가' 개념의 특구를 건설해 경제발전을 촉진하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알사디는 "투자자들이 파리.뉴욕.런던에서 활동하는 것과 똑같은 조건에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며 "이 특구는 리비아 정부의 간섭이나 개입 없이 한 국가 내 두 체제가 적용되는 '반독립적인 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국가원수인 아버지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2년 안에 첫 사업인 '관광객을 위한 휴양지 조성'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이어 무역.산업지대, 그리고 국제금융센터를 조성한 뒤 아메리카-리비아 대학 등 교육시설, 영국-리비아 병원 같은 의료 기관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영국 엔지니어링 업체인 WS 애트킨스가 프로젝트 추진 파트너로 초청받았다. 두바이 최대 개발회사인 이마르는 도시 인프라 건설을 맡기로 했다.

중동 일간지 하야트는 리비아의 경제자유도시 건설 계획을 "경제와 개방, 그리고 국제관계에서 리비아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이탈리아에 거주하고 있는 알사디는 "조국 경제발전의 시금석이 될 이번 사업을 위해 귀국하겠다"고 약속했다. 리비아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이었던 그는 한때 이탈리아 프로 축구팀에서 뛰기도 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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