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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구미시 개펄에 세운 도시…문화와 공업을 접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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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구미시를 문화 공업도시로 가꾸자.』
국내 최초의 공단도시인 구미시에서는 요즈음 산업뿐만 아니라 문화면에서도 경북의 최대 내륙거점도시로 가꾸기 위한 운동이 한참이다.
낙동강 변의 버려진 개펄을 일궈 세워진 구미시는 도시의 역사가 짧은데다 공단으로 출발한 탓에 그동안 문학예술의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구미시는 동쪽으로 사면석벽의 천생산과 서쪽으로는 영남팔경의 하나인 금오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어 예부터 고려 삼은의 한사람이자 영남유학의 종사인 치은 길재를 비롯, 생육신의 한사람인 이맹전, 한말 의병대장 허위, 그리고 장택상, 박정희 전대통령 등 수많은 인물을 배출할 만큼 문화전통을 이어온 터.
이 때문에 각종 단체들과 시민들이 삭막한 공업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개선, 전통과 현대문화를 접목시켜 문화 공업도시로 가꾸기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이다.
이 가운데 두드러진 문화산업도시 가꾸기 활동을 펴고 있는 단체들은 전통민속농요를 전수하고 있는 구미시문화원(원장 김교홍)과 길문학회·무용협회 등 10개 문예단체들이다.
농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애환을 풍자한 발갱이들(발검평야)의 논매기노래는 낙동강변 곡창지대 농민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던 이 고장의 유일한 민속농요로 지난 83년 향토민속연구회원들에 의해 재현, 구미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발갱이들의 논매기노래는 노인들에 의해 명맥을 유지해오다 운산동노인 3O여명과 구미 문화원으로 구성된 민속농요보존회에 의해 맥을 이어가고 있다.
길문학회 (회장 장덕자·43)도 구미의 문화발전에 온갖 정성을 쏟고 있는 단체.
주부 8명으로 구성된 길문학회는 지난해 10월15일 발족이후 1년도 못되는 짧은 기간에 「길은 길에 연해져 있고」란 회원들의 문학집을 발간한데 이어 매월 마지막 화요일에는 회원들과 문학을 좋아하는 공단근로자들이 함께 모여 시 낭송 등 문학활동을 통한 시민들의 정서함양에 앞강서고 있다.
또 수요문학교실(회장 장옥관·34·수출산업공단 홍보과장)은 88년 시와 문학에 취미를 가진 공단근로자·시민 등 3O여명으로 발족해 문학세미나·문인초청강연 등으로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고, 구미산문회 (회장 최해걸·33·코오롱인사과 근무)도 87년 발족이후 동인지를 12회나 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무용협회 (회장 백경원·38)는 지난해 11월 회원 l7명으로 발족한 이래 한국원로무용인 초청공연과 자체무용발표회 3회를 갖고 지난 2월 시 승격 12주년기념공연에 출연해 부채춤·화관무·살풀이·무녀도를 공연, 시민들의 많은 호응을 받기도 했다.
특히 공단근로자들로만 구성된 연극협회(회장 김상경·32)는 자체공연은 물론 산업현장 순회공연까지 하며 근로청소년을 위한 작품발표준비에 여념이 없고 음악협회(회장 문무범·49·금오공고 교사) 등 문예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한 편.
구미시는 이 같은 시민들과 공단근로자들의 문화·예술활동을 더욱 육성·발전시키기 위해 지난해 10월16일 송정동 시청 옆 부지 6천2백평에 건평3천1백평 지하1층·지상3층 규모의 종합문화예술회관을 개관, 전통과 향토문화활동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총 사업비 1백5억원을 들인 종합문화예술회관은 1천3백86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3백84석의 소공연장, 전시장, 야외공연장, 야외전시장까지 골고루 갖추어 각종 문예단체들의 활동터전으로 문예활동 육성에 큰 몫을 하고있다.
또 공단 내에는 82년에 문을 연 근로청소년회관과 77년에 개관한 부녀복지회관 등에도 1천여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대강의실과 전시실까지 갖추어져 있어 근로자들의 취미교실 교양강좌 등의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같은 시민·단체들의 활동에 자극 받아 최근에는 이 지역 경제인들의 모임인 상공회의소 (회장 문대식·52) 등 각종 사회·경제단체들도 문화도시 가꾸기 운동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시의사회 (회장 성기태·성기태정형외과 원장)·남구미로터리클럽 (회장 김유탁·제일산부인과 원장)·건축사협회(회장 이상만)·재향군인회 (회장 문창식·오성예식장 대표)·요식업조합(조합장 이수량) 등은 지난해 9월 금오문화대축제 행사에 참가단체를 한 개 이상 나눠 맡아 출연 및 활동경비를 지원한데 이어 올해도 충분한 지원을 약속했다.
[글 김영수 기자 사진 김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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