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나도 꽃미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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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 난 어쩜 이렇게 잘 생겼을까."

모자에 꽃을 꽂고 틈만 나면 거울을 보며 나르시스처럼 자아도취에 빠지던 만화영화 캐릭터 허영 스머프를 기억하시는지.

20여년 전 '개구쟁이 스머프'가 TV를 탔을 때만 해도 허영이는 그저 낯설게만 느껴졌던 캐릭터였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얼굴을 가꾸는 데 정성을 쏟는 남자들은 '한심한 놈' 소리를 듣거나 심지어 '변태'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2003년 요즘은. 만약 스머프를 요즘 세태를 반영해 다시 만든다면 허영 스머프를 닮은 등장 인물 수가 훨씬 늘어나야 할 것 같다. 여자 빰치는 외모를 갖고 있는 꽃미남 열풍에 이어, 턱수염 밑에 감추어진 여성성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표현하는 남성상, 즉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s)'이 보통 남자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

우리 사회는 남성들의 이런 변신을 과연 어떻게 보고 있을까. week&팀은 '예뻐진' 보통 남자들과 이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짚어봤다. 실제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과 설문조사에서도 꾸미지 않아 게을러 보이는 남자들에겐 예상을 뛰어넘는 거부 반응이 나타났다. '화장대에 앉은 남자들'을 세상이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 이근덕 원장은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관념이 사라지면서 남자들이 굳이 남자다울 필요가 없어졌다"며 "남자로 사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는 시대"라고 분석한다. 이원장은 동물학자 데스몬드 모리스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내세운다.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이 야생동물보다 자신의 털을 다듬는 데 훨씬 더 신경을 쓴다. 스트레스가 많을 때 자신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자, 이제 거울 앞에 선 한국 남자들의 속내를 들여다 보자.

이경희.구희령 기자
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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