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음반에 「주의」표지 의무화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이 레코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묘사되거나 옹호되고 있으니 주의. ‥‥자살·적나라한 성·강간·새디즘·매저키즘·살인·마약과 그에 의한 폭력.』 미국에서 위험스런 내용의 음악을 수록한 음반 재킷에 이러한 내용의 「주의」표지를 의무적으로 붙이도록 하자는 주장이 크게 대두, 최근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주의」표지 의무화 주장은 85년부터 불량음반 추방운동을 벌인 「부모들의 음악저작물 관리센터」(PMRC)가 중심이 돼 일고 있는데 이 센터의 주축 멤버가 앨버트 고어 상원의원의 부인 티퍼 고어와 베이커 국무장관의 부인 수전 베이커 여사 등 정계 거물인사들의 부인들이어서 이 「주의」표지의 의무화 여부 논란이 의회에까지 번지고 있다.
그동안 PMRC측의 강력한 반발로 미국음반산업협회(RIAA)는 이 같은 「주의」표지를 자율적으로 붙여 왔으나 실효가 없어 음반심의를 강화, 자세한 내용의 「주의」표기를 의무적으로 붙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입법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측의 주된 이유다.
그러나 레코드업자와 공연 프러모터들은 『이 표지가 오히려 내용을 알려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부추기고 필요이상으로 검열을 받게 돼 창작의 자유가 침해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국립음반예술과학협회 (NARAS) 회장인 마이클 그린은 『이러한 불량 레코드들은 연간 레코드 생산량 2만5천종 중 1백20여종에 불과하고 판매량도 극미하다』며 『수준이하의 작품으로 도태되기 쉬운 작품에 눈에 띄는「주의」표제를 붙여 사행심을 조장하는 역효과도 많다』고 주장한다.
또 미국음악작곡가조합 위원장인 조지 웨이스는 『음악내용이 어린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난해한 작품이면 무조건 비교육적인 음반인 것으로 평가하는 관례도 문제』라고 반발한다.
이에 따라 애리조나·캔자스 등 6개 주에서는「주의」표지를 의무화하는 새로운 법안들이 격렬한 논쟁 끝에 기각되기도 했다.

<채규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